얼마 전 내 집을 마련한 중소기업의 직장인 민모(39)씨는 멘붕 상태다. “사실상 이자만 내는 대출을 퇴출시키겠다”는 정부의 가계부채대책 때문이다. 민씨는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을 믿고 부담이 되지만 내 집을 구매했는데 원금상환 압력이 높아진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22일 ‘빚을 처음부터 나눠 갚아나가라’는 내용의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주택담보대출은 처음부터 나눠 갚아라, 둘째 은행들은 장기‧고정금리를 유도하며 상환능력을 꼼꼼히 따져라, 셋째 은행권 심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상호금융권 등 제2금융권의 관리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우선 대출 기간이 길거나 대출금이 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원칙적으로 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받아야한다. 거치식 대출도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현행 3~5년에서 1년 이내로 대폭 줄이고, 거치 기간이 끝나면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한다.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 및 2금융권의 대출 문턱도 높아진다. 그동안 느슨했던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죔으로써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늦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동산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토지·상가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한도 기준도 강화키로 했다.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상환능력 심사도 강화된다. 객관적으로 증빙이 가능한 소득이 없을 경우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 매출액 등 신뢰성이 낮은 신고소득 자료를 제출하면 은행 내부 심사 단계를 영업점장에서 본부심사로 상향하거나 분할상환으로 유도할 예정이다. 이로써 소득이 불규칙한 자영업자나 은퇴자들의 주택 자금에 제약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상환 능력 심사 때 주택담보 외 ‘다른 빚’의 원리금상환액까지 고려한다.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이 있을 경우 대출한도가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가계부채의 고삐를 죄는 것은 최근 들어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8월에서 지난해 6월까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16조6조에 그쳤으나,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는 59조5000억원으로 폭증했다.
문제는 정부의 대책이 그간 ‘빚내서 집 사라’는데 맞춰졌다 급선회하는 바람에 상당수 대출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처음부터 빚(원금)을 나눠 갚으라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상환부담이 큰 기존 대출자들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처분 등 대출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대책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되나 근본적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준엽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소득증가 속도보다 3배 가량 빠른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늦추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며 “가계부채의 증가를 실질적으로 억제하려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적용대상을 상가 등 비주택으로 확대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지방으로 확대해야 하는 등의 대책이 뒤따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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