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에 빠져있지만 매력적인 백발의 노인 '돈키호테'가 돌아왔다. 지난 7월 30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이하며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교회에 세금을 매겨 종교에 대한 신성모독죄로 감옥에 끌려 온 세르반테스와 그의 하인 산초, 그리고 감옥 안에서 언제가 될지 모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죄수들과 함께 그들만의 모의재판을 벌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르반테스는 감옥 안에서 자신을 시인이자 극작가로 소개하며, '모의재판' 중 죄수들과 함께 '극중 극'형식의 즉흥극을 펼친다. 볼품없는 시골노인 알론조 기하나의 이상주의적 기행이 방랑기사 '돈키호테'를 창조하기에 이르며 죄인이 되어버린 자신을 변호한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돈키호테'를 통해 ‘이상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며 외친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보여지는 갈등을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 절묘하게 표현한다.
<사진=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이렇듯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이야기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말로는 자세하게 표현하기 힘들지만 서서히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적 구성이 지난 10년간 국내 팬들에게 사랑 받아온 이유일 듯 싶다.
배우들의 명연기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사랑 받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세르반테스'이자 '알론조 기하나'이며, '돈키호테'를 연기한 조승우의 연기는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듯 하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극을 이끄는 모습에선 그가 왜 '돈키호테'여야 하는지 조차도 잊어버리게 된다.
'산초'역의 김호영은 독특한 제스쳐와 풍부한 표정연기로 관객의 긴장을 일시에 무장해제 시켜버리며, '알돈자'역의 린아는 여관의 하녀이자 '둘시네아'를 연기하며 처절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여관주인부터 노새끌이 사내들까지 군더더기 없는 연기로 극을 표현했다.
주옥 같은 넘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넘버 '라만차의 사나이'가 희망과 꿈을 보여줬다면, '이룰 수 없는 꿈'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꿈보다는 망상을 표현하지만 멈추지 않고 주어진 길을 가겠노라 말한다. 해당 넘버들은 극의 주요 장면을 관통하며 뇌리에 깊게 남는다.
암울한 현실을 대변하듯, 불가능한 이상을 희망하듯, '돈키호테'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라는 작품 속에서 극화되어 더욱 빛을 발하는 듯 하다.
무려 400년이란 시간 동안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되어 온 '돈키호테' 이야기를 뮤지컬로 옮긴 '맨오브라만차'는 11월 1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