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과 더불어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은 지인들과 선물을 활발하게 주고 받기 때문에 유통업계가 가장 반기는 명절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물자가 풍부하고 평소에도 선물을 잘 주고받기 전에는 명절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여서 의미가 컸다. 반세기 전에는 추석선물이 지금과 상당히 달랐다.
◆한국, ‘호텔패키지 숙박권’ 등장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먹고 살기 힘들던 1960년 이전엔 밀가루, 쌀, 계란 등을 추석선물로 주고받았다. 이후 60년대 백화점에서 상품을 홍보하면서부터 아동복과 속옷이 추석선물로 팔리기 시작했다. 당시 식품 중에는 설탕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1970년대엔 경제수준이 상승하면서 치약, 식용유, 와이셔츠 등이 보편적인 선물로 등장했다. 과자류나 화장실용품이 골고루 들어간 종합선물세트도 인기가 높았다. 80~90년대에는 경제성장의 가속화로 명절선물 역시 고급화돼 정육세트, 넥타이, 스카프, 지갑, 벨트 등이 선물로 등장했다. 식품은 기초 먹거리가 아닌 아닌 꿀, 인삼 등 건강식품을 선호했고 상품권 수요도 늘었다.
2000년대 들어 고급 와인, 골프용품, 헬스기구, IT기기 등 계층에 따른 다양한 소비성향이 반영됐다. 최근에는 고급호텔에서 숙박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숙박권, 최고급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뷔페상품권 등이 추석선물로 등장했다.
올해 추석 때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한우(29%)로 조사됐다(농협유통, 한가위선물 설문조사). 이어 상품권(25%), 과일(15%), 굴비·멸치 등의 수산물(11%)이 뒤를 이었다. 선물 구입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1위 가격대(43%), 2위 실용성(32%), 3위 고품질(15%)이었다. 또 연령이 낮을수록 브랜드를, 연령이 높을수록 원산지를 고려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북한, 뇌물로 건네는 소고기
북한의 최대명절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이다. 국제노동자절, 정권 창건일, 당 창건기념일 등도 국가명절이다. 추석은 봉건주의의 잔재로 사회주의 양식에 어긋난다며 명절로 여기지 않았으나 70년대 이후 명절로 지정됐다. 1988년부터는 추석을 국가적 공휴일로 지정했는데 당일 하루만 쉰다.
북한에서 추석에 인기 있는 선물은 라면이다. 북한에서는 라면을 그 모양대로 묘사한 ‘꼬부랑 국수’ 또는 땔감이 적게 들고 빨리 끓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속도전 국수’로 부른다.
하지만 라면값이 워낙 비싸 일반 북한주민은 구하기 힘들다. 북한에는 조총련이 건립한 라면공장이 있지만 한국산 라면 맛을 선호해 간부들도 한국 라면을 선물로 받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개성공단의 북한근로자 사이에서는 라면과 초코파이가 인기였다. 개성공단이 가동중단 됐을 때 평양 용성식료공장에서 초코파이를 자체생산하기도 했다. 개성공단을 통하거나 중국에서 밀수해 북한에 유입된 초코파이는 쌀 16kg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그러나 이후 초코파이가 시중에 많이 풀리면서 인기가 내려갔다.
간부들에게 건네는 추석선물은 상부에 줄을 대기 위한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뇌물이다. 고기를 선물로 주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뇌물처럼 돈 봉투를 함께 건넨다. 북한식 뇌물문화가 확산되면서 종류도 다양해지고 가격도 높아졌다.
공식적으로 도살이 금지된 소도 뇌물로 거래되고 심지어 1g에 100위안(북한돈 약 13만원)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의 헤로인과 필로폰 등 마약까지 명절선물로 오간다(DailyNK, 2014.9.7). 유통·거래의 불법행위를 감시해야 할 보위부원들도 복용할 정도로 마약이 만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당국, ‘월병 부패’ 척결 나서
중국에서 민족 최대명절은 한국의 설날에 해당하는 춘절이다. 음력 8월15일은 둥글다는 의미로 중추절 또는 중치우지에라고 부르며 중국 역사에서 춘절 다음으로 큰 명절이었다.
그러나 1999년 제정된 휴가법안에 의해 춘절과 국경절(10월1일)만 7일여의 장기휴일이 가능하고 중추절은 상대적으로 작은 명절이 됐다.
중추절에는 가족과 친지 간에 ‘화합’을 의미하는 월병과 ‘평안’을 상징하는 사과를 선물로 주고받는다. 그러나 월병은 중국경제가 발전하면서 비즈니스의 수단이 됐다. 공공기관은 비싼 월병세트를 공금으로 사서 선물로 돌렸다. 부서 간 월병 구매경쟁도 벌어졌다. 월병 판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월병가격이 올라가고 월병시장이 거대해져 ‘월병경제’라는 말도 생겼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에는 월병 판매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진짜 금가루를 입혀 가격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월병이 등장해 고위공직자 간 뇌물로 활용됐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음에도 황금월병은 불티나게 팔렸다. 수백만원짜리 월병을 선물로 받은 이들은 대부분 다시 돈으로 바꿨다.
중국인들은 명절을 1년 중 공공연히 뇌물을 줄 수 있는 날로 여겼다. 월병상품권은 암시장에서 유가증권처럼 거래됐다. 한국영화 <신세계>에도 화교 출신 조직보스(황정민 분)가 월병 속에 돈을 넣어 경찰(최민식 분)에게 전달하는 장면이 나온다.
‘월병 부패’가 만연하던 중국에 시진핑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지난 2013년 시진핑 정부는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중추절의 월병선물을 법으로 제한했다. 공금으로 월병을 사서 선물하는 것과 공무원의 호화접대를 금지한 것. 또 월병신고센터를 설치해 값비싼 월병을 선물 받은 공직자는 신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상가에서 고가의 월병세트가 자취를 감추고 월병 부패가 수그러들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금과 바꿀 수 있는 전자월병상품권이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해 은밀히 거래되는 것은 물론 월병을 선물하기 위해 남의 눈에 안 띄는 곳이나 심지어 국내외로 함께 여행 가서 전달하기도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