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차로 제자들을 등교시켜주는 선생님이 있어요.”

지인이 건넨 이 한마디가 기자의 관심을 확 끌었다. 교사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 시대에 제자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교사라면 ‘명인’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주인공은 전남 여수 경호초등학교의 김점숙 교사(55). 수소문 끝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인터뷰는 무슨,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며 거절했다. 수차례 설득한 끝에 승낙을 받고 서울 용산역을 출발, 여수 엑스포역으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실었다. 여수에서 내려 약속장소인 경호초등학교로 향했다.

학교는 여수시 월호동에 딸린 대경도에 있다. 대경도는 섬 전체가 고래처럼 생겼다고 해서 경도(鯨島)로도 불린다. 면적 2.32㎢, 인구 729명(329가구·2014년 기준)이 거주하는 작은 섬이다.

여수시내에서 이 학교로 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여수시내 교동시장에서 학교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30분. 교동시장에서 선착장까지 자동차로 10분, 112톤짜리 배를 타고 5분, 배에서 내려 다시 자동차로 8분여를 더 달려야 학교에 도착한다. 육지에 사는 학생들은 매일 배를 타고 등하교한다.


학생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14명이고 교사는 11명이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교사들은 때론 엄마, 아빠처럼 허물없이 아이들을 챙긴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목소리 톤과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다른 초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이곳으로 전학오기도 한다. 공립초등학교지만 대안학교를 지향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방과후학교도 운영해 별도의 사교육비가 필요하지 않다.


김점숙(왼쪽) 교사가 1학년 성시아양에게 수업시간에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성승제 기자

◆“월급 줄었지만 아이들 만나 행복”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교장실에 들어서자 익숙한 목소리의 교사가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다. 명인의 주인공이자 경호초 1~2학년 담임인 김점숙 교사다.

김씨는 32년간 교직생활을 하고 지난해 정년퇴직했다. 그러다 올 3월 경호초 복식지원강사로 컴백했다. 복식지원강사는 1~2학년 등 학년을 묶어 기초학력 향상 및 교과활동 보충지도, 방과후 교육을 지도하는 교사로서 교직 은퇴 후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한다.

복식지원강사의 월급은 그동안 김씨가 받았던 월급의 30~40%에 불과하다. 돈을 생각한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터. 하지만 김씨는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매력에 이끌려 다시 교직에 섰다.

“수십년을 교사로 근무했는데 지금도 아이들이 좋아요. 교사로서의 삶을 살면서 후회한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웃음)

자동차와 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는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올 3월부터 여름방학 직전인 7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육지에서 다니는 제자들과 함께 등교했다. 이를 위해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이유는 단 하나, 그냥 제자들이 안쓰러웠단다.

“이곳 학부모들은 대부분 식당 등 자영업을 해요. 새벽이나 밤 늦게까지 장사를 하기 때문에 매일 바쁘게 살죠. 왕복 1시간이나 걸리는 학교까지 자녀를 등교시킬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간혹 아이가 늦게 나올 땐 뒤차가 비키라며 경적을 빵빵 울리는 통에 정차하지 못할 때가 많다. 애꿎은 골목을 한바퀴 도는 일이 부지기수. 하지만 끝까지 아이들을 차에 태워 같이 등교했다. 다행히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졌다. 다른 교사들과 교대로 제자들을 챙긴다.

“7월 중순쯤이었나 봐요. 아는 분이 아이를 태우고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덜컥 겁이 났죠. 저도 제자들을 태운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어쩌나. 이후 주변 교사들도 걱정하며 만류했어요.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젠 서로 나눠서 아이들의 등교를 책임지자고요.”

이때부터 학부모가 시간에 맞춰 선착장까지 아이들을 데려 오면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배에 태워 학교까지 등교시키는 ‘당번제’가 생겼다. 어떻게 보면 김점숙 교사가 제자를 위해 만든 ‘아름다운 복지’인 셈이다.

학부모 윤영선씨(34)는 “김 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학부모 마음까지 헤아려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경호초 아이들과 교사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있다. /사진=성승제 기자

◆이해와 칭찬으로 제자의 마음 얻다

따뜻한 마음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는 만큼 교육방식도 남다르다. 주입식교육보단 이해와 칭찬으로 가르친다. 아이들이 싸울 때 무조건 혼내지 않는다. 싸운 이유와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이해시킨다. 때론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면 기다려준다. 마지막엔 칭찬을 통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지 말라고 다독인다. 제자들은 이런 김씨를 때론 엄마보다 더 믿고 의지하며 따른다.

“저의 따뜻한 말에 제자들이 힘과 용기를 얻는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앞으로 교직을 떠나더라도 사랑은 계속 주고 싶어요.”

인터뷰 막바지에 이르자 시계바늘이 오후 2시를 가리켰다. 때마침 구름에 가렸던 태양이 고개를 내밀며 햇살을 비춘다. 세차게 불었던 해풍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온기를 가득 담은 햇살이 대경도를 감싼다. 운동장에선 아이들이 이런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며 웃는다. 따뜻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