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이 심상찮다. 미국은 6년여에 걸친 양적완화(QE)를 마무리하고 점진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수준인 예금금리를 더 낮추고 월 600억유로 규모의 국채매입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유동성의 양대 축을 담당하는 미국과 유럽의 자금 흐름이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선진국들의 상황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의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중국: 금융패권국으로 거듭나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한층 막강해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로 편입했다. 국가 간 거래 시 위안화로 물건의 가격을 표시해 거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동안 달러화가 도맡았던 기축통화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편입에서 위안화 비율은 10.92%다. 미국 달러(41.73%), 유로화(30.93%) 다음이며 엔화(8.33%)와 파운드화(8.09%)보다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글로벌 중앙은행에서 위안화 보유액을 늘릴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위안화 강세를 촉발하고 중국으로의 글로벌 자금 유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금융시장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글로벌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갈 계획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는 12월 중 열리는 중국 경제공작회의다. 이 회의는 중국의 최고권위 경제회의로 올해 업무 총평과 내년 주요 목표를 제시한다. 여기서 나온 내용은 연구를 거쳐 내년 3월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보고서에 적용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핵심 의제로 성장목표치 조정, 재정적자 편성, 구조조정 등을 꼽았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성장률 목표는 기존 7%에서 6.5%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재정정책이 내년 중국경제의 핵심 키워드”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중앙정부가 기존 지방정부의 의존도가 70%가량 됐던 신형 인프라투자에 재정지출을 진행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동안 세금문제에서 보수적이었던 태도를 바꿔 과감한 감세정책에 나선다면 기업 투자와 소비를 촉진해 중국경제에 대형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인도: ‘포스트’ 세계의 공장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다른 신흥국들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의 약진은 돋보였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도 통계청에 따르면 인도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성장률인 6.9%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인도의 GDP 성장률은 3개 분기 연속 7%대 고속 성장세를 달성했다.

인도의 눈부신 성장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펼친 이른바 ‘모디노믹스’가 통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목표로 외국인 자본 유치에 공을 들였다. 또한 적극적 제조업 육성 정책으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외치며 중국의 ‘세계의 공장’ 자리를 위협한다.

실제 모디 총리는 지난 5월 국경을 맞대고 경쟁하던 중국과 총 220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일궈냈다. 곧바로 우리나라에도 방문해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조선·건설·해운·철강 등에 대한 지원방안을 협의했다. 지난해 기준 인구 13억명을 돌파한 인도의 제조업 육성 정책은 소비시장까지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백찬규 KB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인도의 경우 전통적인 피라미드 구조의 인구형태를 보유하고 있다”며 “경제적 파급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한데 최근 중국에서의 생산시설 이전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남미: 주도국 ‘자리바꿈’
남미의 경제패권도 뒤바뀌고 있다. 한때 남미 최대 경제국이었던 브라질은 기울었고 내년에도 침체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브라질 정부가 내놓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브라질의 GDP는 전분기보다 1.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3.2%나 위축된 것. 3개 분기 연속 GDP가 감소한 것은 지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3.19%, -2.0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의 전망은 더욱 참담하다. 호르헤 마리스칼 UBS웰스매니지먼트 신흥시장 담당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브라질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4%, -3%로 내다봤다.

이 같은 브라질의 침체는 주요 수출품목인 원자재 가격이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급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재정적자가 커진 점도 브라질을 위협한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에서 불거진 공직자 부패 스캔들로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사이 재정적자는 심해졌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0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반면 브라질의 부진을 틈타 멕시코가 남미의 맹주로 급부상 중이다. 멕시코는 주 교역국인 미국의 호황으로 수출이 늘어나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달 30일 3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도 2.29%에서 2.44%로 올려 잡았다.

멕시코의 실업률도 4.3%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났던 멕시코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점은 멕시코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