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삼성그룹은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2013년 취임한 김창수 사장은 2017년 1월까지 사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김 사장은 2년 전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던 보험산업 침체기에 삼성생명의 지휘봉을 잡았다. 삼성화재에서 삼성생명으로 둥지를 옮긴 후 최근 2년간 그는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취임 이후 현장을 중시하며 쌓인 난제들을 조용히 풀어냈다. 이번 유임 역시 보험영업 환경악화와 저금리 장기화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삼성생명을 견인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앞으로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장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준비금 22조원이라는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저금리 기조도 여전히 뇌관으로 도사리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어려운 환경 속 양호한 성적
김창수 사장의 올해 실적은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생명은 올 들어 3분기까지(1~9월) 누적 수입보험료 17조341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다. 총자산도 226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다.

저금리환경에 대비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저축성보험 대신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린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삼성생명의 올 3분기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보다 8.3% 늘어난 반면 연금과 저축성보험은 각각 7.1%, 15.4% 줄었다. 김 사장은 내년에도 기존 보장성보험 중심의 영업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김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 2013년 3분기 3.8%에 불과했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년 만에 6.9%(올해 3분기 기준)로 두배가량 끌어올렸다. 건전성을 의미하는 지급여력(RBC)비율도 올 3분기 기준 351%로 취임 전(330.3%)보다 높아졌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RBC비율을 자랑한다.


이는 김 사장이 삼성생명에 몸담은 지 2년 만에 올린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2012년 삼성화재에 부임했을 당시만 해도 김 사장의 금융권 경험은 전무했다. 당시 관련업계에서 그의 발탁 소식이 단연 화제였을 정도다.

김 사장은 이를 숨기지 않고 현장에서 솔직하게 자신이 문외한이란 사실을 알렸다. 궁금한 것은 직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고 현장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그는 삼성생명 취임 후 “현장에 답이 있다”며 직원과의 소통, 현장과의 소통에 우선순위를 뒀다.

이런 노력 덕분에 김 사장은 새로운 경영환경과 업무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어느새 그는 금융사 구원투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해외영업통' 명성 다시 불붙일까

그렇게 취임 후 김 사장의 시간은 숨 가쁘게 흘렀다. 하지만 김 사장 앞에는 아직 수많은 난제가 쌓여 있다. 우선 성장성부문이 점차 떨어지는 형국이다. 삼성생명은 시장점유율 20%대로 여전히 생보업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013년 이후 하위사의 맹추격으로 2%포인트 가까이 점유율을 상실했다.

무엇보다 그의 앞에는 IFRS4 2단계 도입 대비라는 커다란 과제가 놓여 있다. 5년 뒤 IFRS4 2단계가 도입되는데 이 경우 국내 보험사는 40조원 이상의 준비금(보험부채)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특히 삼성생명은 과거에 7~10%대 확정금리로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상품을 많이 팔았던 만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쌓아야 할 준비금만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사장이 해외영업통으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사실 그는 금융통이 아닌 해외영업통으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과거 30년간 그는 삼성그룹 근무경력 대부분을 삼성물산에서 보내며 해외진출을 이끌었다. 김 사장의 해외영업 능력은 삼성화재에서도 통했다. 그는 지난 2012년 2월 삼성화재 사장을 맡은 뒤 해외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손보업계 최초로 중국에서 자동차보험 직판을 이끌어냈고 베트남시장에서도 외자계 손보사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성과 덕에 삼성생명 취임 초기만 해도 업계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해외에서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김 사장은 아직까지 해외통으로서 이렇다 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살보험금 분쟁도 김 사장을 압박한다. 지난달 부산고등법원에서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지만 자살보험금에 대한 논란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자살보험금 관련 소송 결과는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린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서울중앙지법이 한 보험가입자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 항소해 고객과의 약속(약관)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삼성금융계열사들의 맏형으로서 김 사장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다. 내년 김 사장이 삼성생명의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 프로필

▲1955년생 ▲1973년 충남고등학교 ▲1997년 고려대학교 경영학 석사 ▲2007년 삼성물산 기계플랜트본부장 ▲ 2012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 2014년 삼성생명 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4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