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사는 직장인 A씨(28)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쿡방’(요리 방송)을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요리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셰프들의 레시피를 따라하며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재미에 빠진 것. 그러다 보니 쿡방에서 자주 사용되는 치즈를 구입하는 비중이 부쩍 늘었다. 서양식뿐 아니라 한식에도 치즈가 사용되고 있어서다. A씨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이는 치즈뿐 아니라 해외에서 들여온 다양한 종류의 수입산치즈를 선호한다.

바야흐로 치즈 전성시대다. TV의 각 채널마다 방송되는 쿡방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음식문화가 서구화되고 있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식재료가 치즈다.

치즈는 피자, 파스타, 리소토, 햄버거 등 대부분의 서양식에 주재료로 쓰이는 동시에 치즈 닭갈비, 치즈 등갈비 등 한식에도 접목되고 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은 물론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매운 맛을 중화시키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치즈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다양하고 품질 좋은 수입산치즈 수요도 증가했다.


/사진=머니위크 DB

◆수입치즈 비중 커졌다
국내 치즈 소비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5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국내 치즈 소비량은 2007년 7만4384톤에서 2014년 11만7829톤으로 증가했다.


수입산 치즈의 경우 국내산 치즈 소비량에 비해 훨씬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수입치즈의 물량은 지난 2007년 연간 4만9471톤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5년에는 9만9844톤으로 2배 정도 늘었다.

사람들의 입맛이 고급화·서양화되고 와인 문화가 확산되면서 좋은 환경에서 생산된 다양한 품종의 수입산 프리미엄 치즈를 찾는 비중이 많아진 것이다. 또 TV에서 방영되는 쿡방이 수입치즈의 수요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문조사업체에 의뢰해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TV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치즈를 일시적으로 구입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56.5%로 나타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와인을 즐겨 찾는 이들이 늘면서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를 소비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쿡방의 인기와 더불어 수입치즈의 수요가 증가했다”며 “새로운 문화와 맛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수입치즈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산이 수입산에 밀리는 이유

반면 국내산 치즈는 수입산 치즈의 수요속도에 한참 뒤처진다. 국내 치즈 생산량은 2007년 2만4366톤에서 2014년 2만3779톤으로 약 2.4% 감소했다.

치즈는 크게 자연치즈(원유를 응고시켜 만든 100% 치즈)와 가공치즈(슬라이스, 큐브, 크림 등 자연치즈를 가공한 제품)로 나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제품은 가공치즈로, 이 역시 수입된 자연치즈로 만들어진 제품이 많아 결국 국내치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업계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치즈의 약 90% 이상을 수입산으로 추정한다.

국내산 자연치즈의 생산량이 많지 않은 것은 국내의 원윳값이 고가인 이유가 가장 크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우윳값은 주요 치즈 생산 13개국 중 세번째로 가격이 높다. 결국 제조사들은 원가가 낮은 수입원유를 사용해 치즈를 제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 등 주요 치즈 생산국에 비해 자연치즈 제조 기술이 떨어진다. 자연치즈를 생산하기 위해선 온도와 습도는 물론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춰야 하는데 수백년 동안 다져진 유럽의 치즈 관련 기술을 한국이 따라잡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치즈수입업체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 등 치즈를 주 식재료로 사용하는 나라는 우유를 생산하면 가장 최상품을 치즈로 사용하는 반면 한국는 원유가 비싼 관계로 수입산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프랑스나 스위스 등 치즈를 전통적으로 만들어온 나라는 치즈의 박테리아 숫자까지 계산할 정도로 치즈 생산이 정밀화 됐지만 국내는 아직 관련 기술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수입산 치즈 강세 계속될 듯
따라서 국내에서는 수입산 치즈의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체 치즈시장에서 자연치즈의 비중이 늘고 가공치즈의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공치즈의 점유율은 61.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반대로 자연치즈 점유율은 38.5%로 지난해(35.4%)에 비해 급속도로 증가했다. 가공치즈에 주력하던 국내의 제조업계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국내 치즈제조업계가 자연치즈의 시장 성장성을 내다보고 관련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경향이 강한 자연치즈 소비자들의 성향으로 미뤄볼 때 업계의 이러한 노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치즈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를 포함해 레스토랑 등 외식업계에서도 프리미엄 자연치즈는 곧 수입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국산보다 수입치즈의 소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