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100% 자급자족하는 마을이 있다. 독일 괴팅겐에서 남서쪽으로 10km 떨어진 시골의 작은 마을 윤데(Juehnde)다. 이곳은 독일 최초의 바이오에너지마을이다. 2006년부터 가축 분뇨에서 전기를 생산해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고 그 전기를 팔아 수익도 올렸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던 곳이 에너지자립마을로 알려지면서 관광수입도 생겼다. 마을의 외곽에는 가축분뇨와 건초를 함께 썩혀 메탄가스를 만드는 발효기들이 돔 모양으로 서 있다.
발효기 옆에 있는 열병합발전소로 메탄가스를 보내 전기를 생산한다. 열병합발전소에서는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물을 데워 마을 집집마다 난방을 공급한다. 발효기에서 메탄가스를 만들고 생기는 찌꺼기는 양질의 유기비료로 사용한다. 비료를 사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비료를 쓰는 만큼 돈이 절약된다.
윤데가 일석다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 출발점은 괴팅겐대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학제 간 연구센터’였다. 경제학·사회학·지리학·환경학 등을 연구하는 사람이 모여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시큰둥해하던 마을주민을 설득하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던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 프로젝트를 시작한 때가 1998년이었다.
발전소를 처음 가동한 2006년엔 가동률이 70~80%밖에 안돼 적자를 봤으나 이후 가동률이 100%가 되고 흑자로 전환해 오늘날 세계의 대표적인 친환경 바이오에너지 자급자족 마을이 됐다. 발전소 가동을 위해 들어가는 돈은 지역경제 안에서 순환돼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청정에너지 생산, 연 9000만원 소득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홍천에 국내 최초의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세워졌다.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 마을은 하수처리장, 가축분뇨처리장 등의 시설로 악취가 심해 홍천에서도 가장 소외된 지역이었다. 2014년 10월 국내 최초로 시작된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주민들과 민·관·기업의 협력으로 결실을 얻어 지난해 12월10일 소매곡리 일원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 커뮤니티센터에서 준공식이 열렸다.
소매곡리 마을에는 환경순환형 가축 분뇨 공공처리 자원화시설이 세워져 매일 100톤의 가축분뇨와 음식물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마을에 도시가스를 공급한다. 이를 통해 가구에서 소비하는 연료비 중 연간 4200만원이 절감되고 가축의 분뇨와 음식물에서 나온 찌꺼기를 퇴비와 액비로 사용해 연간 5200만원의 수익도 창출한다. 또 하수처리장 부지에 설치되는 태양광발전(345kw)과 처리장 방류수를 활용한 소수력발전(25kw)을 통해 친환경청정에너지를 생산, 연간 9000만원의 수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의 녹색마을은 주민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은 마을협동조합,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마을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체계를 마련해 성공했다. 환경부가 정책수립과 예산지원을 하고 민·관·학 추진지원단이 재생시설을 조성 및 운영한다. 또 홍천군은 사업시행·부지를 제공하고 강원도시가스는 사업비와 기술·운영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진행방식이다.
하수처리장, 쓰레기소각장 등 기피·혐오시설이 에너지시설로 전환돼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생산, 환경문제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기여한 것이다. 상하수도 공급, 마을회관 개조 등 생활환경도 개선했다. 맑은 홍천강이 흐르는 마을에 야생화단지를 꾸며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노력도 하고 있다. 야생화단지, 꽃길 조성, 친환경에너지타운 홍보관 등은 관광자원으로 활용돼 관광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경제 살리고 일자리 창출까지
강원도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성공하면서 환경부에서 올해 추가로 추진하는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충남 아산시, 경북 경주시, 경북 영천시, 경남 양산시, 충북 청주시 등 총 5곳이다.
2015년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공약이행분야 우수상을 수상한 복기왕 아산시장은 “친환경에너지단지사업은 아산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며 “별도 담당부서를 중심으로 아산을 독일 윤데마을을 넘어서는 세계적 바이오에너지 마을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가동하는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을 기존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소각장 등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산시에서 매일 발생하는 돼지분뇨의 20%인 140톤과 아산시 음식폐기물의 80%인 60톤을 함께 처리해 1400가구가 쓸 수 있는 2만kw의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가축분뇨와 음식폐기물의 반입단계부터 반출까지 전공정을 완전히 밀폐 처리해 혐오감을 주지 않게 설계됐다.
국내 에너지산업 육성과제인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사업은 각 부처별로 진행된다. 환경부의 5개소를 비롯해 산업부 5개소, 농림부 1개소, 미래부 1개소 등이다. 환경부는 2014년 시범사업 지역으로 강원도 홍천, 산업부는 광주광역시, 미래부는 충북 진천을 선정한 바 있다.
번듯한 에너지원만이 아니라 그 어떤 자원도 에너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각 지역 특성에 따른 친환경에너지타운 건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욱이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농촌을 떠나는 이농 현상과 나이 든 노인이 많아지는 고령화 현상 등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발생하는 수익은 지역 안에서 회전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져오고 신규설비 운영에 따른 인력이 필요한 만큼 고용을 창출하는 순환구조를 갖는다. 글로벌경제 침체와 일자리 축소가 염려되는 시대에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일자리도 창출하는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사업처럼 자립형 신성장산업을 육성하는 데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