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에 ‘왕홍 모시기’ 바람이 거세다. 왕홍이란 중국에서 ‘온라인 유명 인사’를 뜻하는 ‘왕뤄홍런’의 줄임말이다. 중국의 파워블로거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왕홍은 수백만에서 수천만에 이르는 20~30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팔로워를 통해 패션·뷰티 등 각 분야에 막강한 마케팅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시장 공략을 노리는 국내업체들에게 이보다 좋은 홍보대사는 없는 셈이다.

◆국내·외로 영향력 커지는 ‘왕홍경제’


‘2016중국 전자상거래 왕홍 빅데이터 보고’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내 왕홍산업의 연간 규모는 580억위안(한화 약 9조7400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는 온라인과 모바일산업이 급성장하면서 SNS세대인 빠링허우(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90년대생)가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해 ‘왕홍경제’는 더욱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사드정국에서의 실효적인 대중국 마케팅 방안' 간담회에 참가한 중국 왕홍이 간담회를 생중계하고 있다./사진=뉴스1DB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창업의 모든 것

국내 업체들도 ‘왕홍 모시기’로 인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씨앤와이(See&Why) 시장마케팅전략 유한공사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려’가 지난 3월 왕홍 10명을 초청해 행사를 연 이후 이들이 ‘웨이보’나 ‘웨이신’에 올린 게시물 조회수는 약 318만건을 기록했다. 이후 5월 노동절 연휴에 ‘려’ 매출은 약 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0%나 증가했다.
LG생활건강도 더페이스샵 브랜드를 통해 지난 4월 왕홍 5명을 초청,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이 SNS에 올린 더페이스샵 행사 게시물은 200만 건의 조회수를 올렸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은 지난달에도 왕홍 초청을 통한 행사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잇츠스킨, SNP화장품 등의 뷰티업체들은 물론, 갤러리아, HDC신라 등 면세점업체들도 ‘왕홍 모시기’에 나서 크고 작은 행사들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국내 한 뷰티업체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올해 일회성으로 진행한 왕홍 마케팅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앞으로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중국 내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이 매체에서 개인으로 전환돼 왕홍이 직접 방송을 하며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고 말했다.


◆“왕홍, 지난친 ‘왕’ 대접은 곤란해”

하지만 왕홍 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업체들의 무분별한 ‘왕홍 모시기’가 역효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

현재 중국 소비트렌드는 왕홍이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수준이다. 몇몇 스타 왕홍들은 팔로워만 수백만명에 달한다. 사실상의 준 연예인들인 것. 이들은 중국 내 전문 에이전시에서 관리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 중소업체들이 저렴한 몸값을 이유로 검증되지 않은 왕홍들을 활용해 피해를 입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왕홍의 홍보효과는 당장 SNS상의 팔로워 수, 홍보제품을 왕홍이 자신의 SNS에 게시했을 때의 조회수 등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과정에서 미검증된 왕홍들이 난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 W호텔에서 열린 '더페이스샵 X 카카오프렌즈 콜라보레이션' 론칭 행사에서 연예인 쉐즈치앤(왼쪽)과 왕홍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LG생활건강 제공

천정부지로 치솟을 왕홍의 몸값도 문제다. 왕홍 마케팅은 비용 대비 중국 내에서 엄청난 홍보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큰 메리트를 느낀다. 지금은 대형뷰티업체들이 10명 내외, 중소업체들이 5명 이하로 초청하고 있지만 이들의 몸값이 더 뛰면 초청 자체가 부담이다. 몸값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대부분의 왕홍이 에이전시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 몸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한 뷰티블로거는 “인기 왕홍들의 경우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며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면서 “현재 국내업체들이 왕홍 초청을 위해 개개인별로 지출하는 비용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 등 천차만별로 알려진다. 이미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왕홍들이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 초청비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왕홍 효과가 너무 좋아도 문제다. 대규모 비용을 마케팅에 쏟아부을 수 없는 중소업체들의 경우 왕홍은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효과적인 중국 마케팅 전략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화장품업체가 ‘왕홍 모시기’를 통해 중국으로 향하면 과잉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과잉경쟁 속 제품 가격대가 무너져 저가 경쟁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가격경쟁이 본격화되면 당장은 수익을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한 브랜드를 넘어 한국화장품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면서 “중국인들이 한국화장품을 구입하는 주 이유가 높은 품질, 그리고 신뢰도 높은 브랜드 이미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