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약 1000여명 이상의 은행원이 은행을 떠난다. 은행들이 저금리 기조 속에 줄어든 수익을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은 임금피크 직원과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일반직원까지 포함해 퇴사자 규모가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KB국민은행은 일반직원 희망퇴직으로 1122명이 퇴사했다.
NH농협은행도 최근 411명의 명예퇴직을 신청 받았다. 이달 말까지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람이 대상자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SC제일은행도 명예퇴직을 단행한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을 포함해 근속년수가 만 10년 이상인 만 49세 직원이 대상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내년 초 희망퇴직을 시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전부터 연초에 임금피크를 앞둔 만 55세 이상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내년에도 똑같이 희망퇴직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대상 희망퇴직 정례화… 총지급률 관심
이처럼 은행권의 희망퇴직은 최근 몇 년 새 정례화되는 분위기다. 임금피크제는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부터 단계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은행이 인건비 부담을 경감하는 대신 줄인 비용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정년(만 54세 또는 55세) 연간 임금을 기준으로 5년(혹은 4년)에 걸쳐 매년 일정 비율씩 임금을 줄인다.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어 대다수 은행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다만 임금피크제는 거의 모든 은행이 시행하고 있지만 내용은 각 은행별로 차이가 있다. 임금피크제 총지급률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임금피크제 총지급률은 240~260% 수준이다. KEB하나은행이 260%로 가장 높고 NH농협은행이 255%, KB국민·신한은행 250%, 우리은행 240% 순이다. 지급률이 다른 점은 노조와 은행 사측이 임단협에서 지급률을 조정하기 때문. 은행이 다른 은행과 합병하거나 인수할 당시 임금체계가 다른 직원들의 임금피크제를 맞추기 위해 지급률을 일부 조정하는 식이다. 이 후에는 지급률을 조정하는 경우가 드물다.
올 초 KEB하나은행은 옛 하나은행 출신들에 대해 책임자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총지급률을 250%에서 260%로 올렸다. 첫해 지급률을 70%에서 80%로 늘려 총지급률이 10%포인트 올랐고 임금피크제 편입 후 1년 이내 퇴직하면 잔여급여 합계액의 90%를 지급하는 특별퇴직금 제도를 100% 지급으로 늘리기로 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임금피크 지급률 올라갈까
임금피크제 총지급률 조정이 은행 입장에서 부담스런 부분이다. 지급하는 임금이 많을수록 은행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 시중은행의 임금피크제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정년에 가까울수록 급여를 낮게 설계한 점도 사실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그러나 은행권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임금피크제 총지급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까지 남아있는 인원이 줄어 은행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실제 성과보수 개념이 자리잡힌 보험권의 임금피크제 총지급률은 대다수 300% 후반대에 이른다. 롯데손해보험이 375%로 가장 높고 현대해상(370%), 동부화재(368%), 삼성생명·화재(368%) 순이다. 생보업계의 임금피크제 총지급률은 300% 초반대지만 은행보다 50% 지급률이 높은 편이다.
보험권은 연차보다 성과평가가 뚜렷하다보니 정년까지 일하는 인원이 적은 데다 임금피크제 대상도 타 업권에 비해 적다. 게다가 올 초 60세 정년 시행을 계기로 대다수 보험사들이 임금체계를 개편하면서 임금피크 지급률을 높게 잡았다. 임금피크제를 훨씬 먼저 도입한 은행에 지급률을 올리는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얘기도 이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일부 희망퇴직자들 사이에선 임금피크 지급률을 올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오랜기간 적용한 임금피크제를 당장 수정하긴 어렵지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일찍 퇴직하는 직원들의 은퇴자금 마련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임금피크 지급률을 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최순실 게이트 사태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은행 사측과 노조의 대화가 중단된 상태다.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성과연봉제 테스크포스(TF)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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