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

일촉즉발 사태까지 치닫던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이 이병철 부회장의 승리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옛 KTB네크워트를 통해 벤처캐피털 신화를 일궈낸 권성문 시대가 저물고 KTB투자증권은 19년 만에 ‘이병철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권 회장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은 이 부회장은 IB(투자은행) 명가를 향해 고삐를 당기고 있다. IB 특화 전문 증권사라는 이 부회장의 청사진이 현실화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KTB투자증권 본사. /사진제공=KTB투자증권

◆KTB 경영권 분쟁 ‘종지부’ 
6년 만에 자사주까지 사들이며 ‘철벽수비’를 펼쳤던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마침내 결심을 했다. 권 회장이 보유 주식 전량을 이병철 부회장에 넘기기로 한 것. 이 부회장을 직접 데려온 권 회장으로서는 사실 뼈아픈 결단이었을 터. 두 사람의 합의로 그간 경영권을 둘러싸고 일던 격랑은 잠잠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 측과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저녁부터 이틀에 걸쳐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한 논의를 벌인 끝에 권 회장 보유주식 매각 세부조건을 이행키로 합의했다. 주식 매매 세부 조건에 대한 의견 차이로 주식 매매 계약이 불발에 그칠 뻔 했지만 양측은 3일 합의를 성사시켰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원안에 담긴 대부분의 내용대로 합의하게 됐다"며 "(권 회장 측이 제시한) 우선매수청구권 조건도 (이 부회장 측이)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협상이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권 회장이 제시한 세부조건에도 합의했다. 세부내용은 등기임원 외 권 회장 측이 요구한 임직원에 대한 3년 고용보장, 매수 자금 출처 증빙, 매수자가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위약금 지불, 잔여주식에 대한 매각 등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권 회장 측이 요구한 회장 비서실 임원 등 임직원 전원에 대한 3년 고용 보장을 이행키로 했고, 매수에 따른 계약금 66억2248만원도 납입했다. 빠른 경영 정상화와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이 부회장이 관련 조건들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권 회장의 보유지분 전량을 사들여 지분율이 기존 14.00%에서 32.76%로 증가하면서 KTB투자증권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반면 권 회장은 지분율이 24.28%에서 5.52%로 낮아진다. 대신 권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시가 대비 30%에 가까운 프리미엄으로 662억원가량을 챙길 수 있다. 매각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3일 종가인 3715원보다 25%가량 높다. 나머지 5.52%의 잔여지분까지 모두 매각하면 더욱 많은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IB 중심 새 판 짠다
그간 권 회장이 벤처투자로 KTB투자증권의 명성을 다져왔다면 이 부회장은 ‘넓은 세상’에서의 진검승부를 꿈꾼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인 두 사람의 인연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2016년 권 회장은 대체투자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부동산투자 전문가인 이병철 부회장을 영입했다.

KTB투자증권 경영진으로 합류한 이 부회장은 교보증권 출신의 최석종 사장과 함께 회사 체질 개선에 나섰다. 당시 두 사람은 KTB투자증권 새 경영진으로 투입되며 IB특화 전문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후 항공기 투자, 해외부동산 투자, '공유경제형' 부동산펀드 설정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잇단 성과를 올렸다.

이 부회장의 부임 이후 KTB투자증권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 IB부문 수익은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다. IB관련 수수료 수익 비중이 회사 전체 수수료 수익의 8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증가한 것.

이번에 이 부회장이 KTB투자증권 지휘봉을 잡으면서 최석종 사장이 맡고 있는 대체투자 부문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연결 선상에서 IB 전문 증권사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조직 정비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신용등급 상향을 위한 작업도 진행한다. 

또한 이 부회장이 KTB투자증권의 자회사인 KTB자산운용, KTB네트워크, KTB프라이빗에쿼티, KTB신용정보 등의 경영권도 동시에 확보함에 따라 오는 3월 주총 전후로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대한 청사진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안으로는 조직 추스르기에 나선다. 임직원들의 이탈을 막고 그동안 대주주 리스크로 올스톱된 신사업에 재시동을 걸 전망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부동산금융 부문을 확대하고 중단된 채권·외환·원자재(FICC), 장외파생상품 업무 인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빠른 시일 내에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며 ”그동안 보류됐던 일부 사업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1990년대 벤처투자의 귀재로 불린 권성문 회장은 조만간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지만 이 부회장과의 계약이 완료되는 시점 즈음으로 관측된다. 거래종결일은 이 부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 심사 승인을 받는 날 또는 향후 2개월이 되는 날 중 늦은 날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2호(2018년 1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