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역부족일까. 정부의 잇단 부동산대책 발표에도 과열된 시장은 좀처럼 진정 기미가 안 보인다. 새해 첫주 서울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은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고 강남 재건축시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세제혜택을 내세우며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했지만 집주인들은 그냥 내던 소득세 내면서 월세 받는 게 좋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정책이 올해부터 일부 시행됐고 본격적인 시행도 앞뒀지만 곳곳에서 엇박자 불협화음이 감지된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정책 기조는 변함없이 ‘규제’다.

 

/사진=뉴시스 DB

◆새해에도 뜨거운 강남 재건축
“강남 아파트값은 건물 가치도 있지만 땅의 가치가 더 크잖아요. 그동안 나라가 앞장서서 강남 땅값 올려놓고 이제 와서 무슨 수로 그걸 다시 내리겠어요. 힘들다고 봅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수차례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강남 아파트값을 잡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북에 있던 명문 고등학교를 강남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강남 개발을 주도해 가치를 끌어올린 주범이 정부인데 이제 와서 무슨 수로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냐는 말이다.


압구정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비슷한 생각. 그는 “강남에 아파트 있는 사람은 절대 안 팔려 하고 빚을 내서라도 강남 아파트에 입성하려는 사람도 부지기수”라며 “기존 수요와 외부 수요가 강남만 바라보는데 아파트값이 떨어질 리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여섯차례나 이어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에도 강남 아파트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지난 4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18년 1월1주(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0.2%) 대비 0.26% 상승하며 3주 연속 오름폭을 키웠다. 특히 강남구는 한주간 0.98% 상승하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송파구 역시 0.85%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초구도 0.39% 오르며 서울 평균치를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3% 올랐다. 이는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이자 1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제혜택 실효성, 집주인은 갸우뚱

지난해 12월13일 발표된 다주택자 임대사업자등록활성화방안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대책은 다주택자에게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세제혜택 방안과 기존 월세수입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지만 기존처럼 월세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70% 적용 등의 세제혜택이 4년이 아닌 8년 등록에 집중돼 다주택자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8년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해당 기간 동안은 팔지도 못해 사유재산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역시 뜨거운 감자다.

이날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오는 4월1일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팔 때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자는 20%포인트의 가산세율이 각각 붙는다. 이번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역시 다주택자의 세부담 가중에 초점을 맞춘 규제지만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정부가 분양권 양도세 중과 제외 대상을 정하면서 인기 지역, 인기 단지 중심으로 청약을 받으려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분양권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미리 매도한 수요자의 경우는 빠른 매도로 다소 피해를 봤다”고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그래도 정책 기조는 규제다.

곳곳에서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지적하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지난해 발표된 부동산대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정책 기조는 변함없이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 우려가 지속 중이지만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지만 지난해 발표된 여섯차례의 부동산대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다주택자 대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늦어도 이달 말부터 도입된다. 정부는 신 DTI가 이미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앞으로 받게 될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함께 계산하기 때문에 부채 규모가 늘어 대출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름도 생소한 ‘아파트 자전거래’ 의혹 실태조사에 나선 점도 정부의 아파트값 안정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파트 자전거래는 중개업소 관계자나 매도자가 실거래가를 높이기 위해 혼자 허위로 계약서를 써 실거래가를 신고한 뒤 계약을 파기하는 수법이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소문이 무성한 아파트 자전거래 의혹은 정부의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만큼 실태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후속대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3호(2018년 1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