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신용카드사들이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특히 올해 ‘임영진호’ 경영 2기를 맞은 업계 1위 신한카드와 새 수장이 들어선 업계 2위 KB국민카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달 초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KB국민카드는 전임 사장 시절 쌓인 노사갈등을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카드는 임영진 사장이 임기 2년차를 맞은 만큼 자사 결제플랫폼인 ‘신한판(FAN) 2.0’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사진제공=KB국민카드

◆KB국민카드, 노사관계 해결 주목
KB국민카드는 지난 2일 이동철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한 직후 단행한 인사를 통해 노사갈등을 봉합하려는 신호를 노조 측에 보냈다. 윤웅원 전임 사장 시절 노사갈등 악화의 중심에 섰던 인사담당 상무를 다른 본부로 이동시키면서다. 이 사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노조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2011년 KB국민은행에서 분사한 KB국민카드는 박근혜정부에 들어서며 노사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KB국민카드가 2016년 말 박근혜정부의 ‘쉬운 해고’ 방침에 맞춰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고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추진하면서 노사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당시 KB국민카드 노조는 사측이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를 ‘해고연봉제’라고 규정했다.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KB국민카드는 2016년 12월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전 인사상무가 노조참여를 막는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지난해 초 인사상무를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으며 수사를 진행해온 노동부는 현재 검찰로 수사를 이관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카드 노조 측은 인사상무의 이동을 두고 노사갈등을 봉합하려는 이 사장의 의지로 보고 있다. KB국민카드 노조 관계자는 “현재 임단협이 진행 중인 만큼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전임 사장과는 달리 신임 사장이 노조와 대화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본부로 이동한 인사상무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한편 KB국민카드는 지난 11일 ‘본부주도 자율 조직제’ 도입을 비롯해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본부주도 자율 조직제는 HR을 통해 조직을 개편하는 통상적인 방식과 달리 본부장 필요 시 본부 내 조직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주요 현안과 전략적 판단에 따라 팀 등의 조직을 유연하게 꾸릴 수 있고 가용 자원을 집중 투입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사진제공=신한카드

◆신한카드, ‘신한판 2.0’ 역량 강화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이달 초 플랫폼 비즈니스모델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관련 부서를 플랫폼사업그룹으로 통합하고 업계 최초로 로봇 자동화 조직을 신설했다. 대신 2개의 영업부문은 영업추진그룹으로 통합하고 12개 팀을 폐지하는 등 조직의 몸집을 줄였다.

신한카드의 이 같은 조직 개편은 임영진 사장이 지난해 말 내놓은 ‘신한판 2.0’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신한카드도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채널을 기반으로 고객가치와 미래 기업가치를 높이고 시장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 사장의 어깨는 가볍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AI 기술 기반 고객별 맞춤혜택 등의 기능을 담아 신한판을 신한판2.0으로 개편하는 등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환경에서 활로를 모색 중이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어서다.

지난해 9월 창립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새 신용카드 ‘딥 드림’이 출시 3개월 만에 발급 50만장을 달성했지만 전임 사장의 신한판 그림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2013년 4월 업계 최초로 출시된 앱카드인 신한판은 현재 100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사용 중인데 신한카드 전임 사장인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결과물로 통한다.

결국 임 사장은 임기 2년차에 들어선 올 한해 신한판2.0을 통해 ‘신한판=위성호’가 아닌 ‘신한판2.0=임영진’의 이미지를 시장에 각인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임 사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신한판 플랫폼의 가치창출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문제는 실적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은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중장기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전략에 가깝지만 신한카드의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일회성 이익이 대거 포함된 결과 전년 동기보다 46.6% 늘었지만 3분기 순익은 1년 전보다 15.7% 감소한 1495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신한카드가 최근 단행한 희망퇴직을 두고 이런 경영환경을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카드는 최근 근속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 24개월치와 연령·직급을 고려해 6개월치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의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200명이 최종 신청했다. 신한카드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2016년 1월 말)를 앞두고 있던 2015년 12월 말 이후 2년 만이다.

신한카드 측은 “항아리형 인력구조 개선 등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배경에 대해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임 사장은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올해 국내 금융시장은 디지털방식이 아날로그를 추월하는 골든크로스 원년이 될 것”이라며 “젊고 역동적인 디지털 조직으로 변신해 국내 최고의 데이터 자산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높이는 게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4호(2018년 1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