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6월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염윤경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와 주식시장 과열 양상에 대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필요한 리스크 관리 방안을 관계기관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원장은 2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금융·외환시장 동향 ▲금융권 전산사고 대응 ▲인공지능(AI) 기반 해킹 위협 ▲민생 금융범죄 대응 등 네 가지 현안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먼저 금융·외환시장과 관련해 "미국과 이란의 종전 잠정 합의로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됐지만 물가 상승 압력과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시장 불안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150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외화가 부족한 나라는 아니지만 단기 외환 수급과 시장 규모 간 불일치가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건전성 악화 우려도 생길 수 있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거래 쏠림과 레버리지 상품 과열을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이 원장은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식시장은 코스피를 중심으로 반도체주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매매 회전율이 급증하면서 시장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심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6월19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이 7600조원을 넘어서 조만간 8000조원 돌파를 앞둔 단계까지 왔다"며 "최근 반도체 대형주 회전율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반도체주 중심의 거래 쏠림 현상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융자 잔고 등 차입투자 증가도 우려했다. 이 원장은 "시가총액이 급격히 커지면서 비중은 줄어드는데 금액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통계의 착시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실제 리스크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경고했다. 이 원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이후 규모가 14조원을 돌파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며 "고위험 상품인데도 대부분을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레버리지 구조로 인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고 실제 연속 하락장에서 손실률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도 확인됐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음에도 과열이 충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투자자 중에는 중산층과 서민도 많기 때문에 급격한 변동이 가계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한국거래소, 금융투자업계 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6월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본시장 중요 사안에 대해 브리핑했다. /사진=염윤경 기자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회계 부정 제보자가 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받을 경우 신속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익신고자 보호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전산사고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IT 기본통제 미흡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 원장은 "지난해 해킹으로 인한 정보유출 사고에 이어 올해도 금융소비자 불편과 피해를 초래하는 인터넷뱅킹 장애, 전산 장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보안 취약점 관리와 프로그램 변경 통제 등 금융회사의 IT 기본통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자율점검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충실히 이행한 회사에는 향후 검사 과정에서 제재 감면을 검토할 방침이다.

AI 기반 해킹 위협과 관련해서는 "AI 공격은 AI로 방어한다는 기조 아래 금융권 AI 기반 방어 역량을 신속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1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보안 목적의 생성형 AI와 보안 솔루션 활용을 허용하기 위한 망분리 규제 완화 1차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2·3차 테스트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민생 금융범죄 대응과 관련해서는 보험사기, 불법 금융광고, 군 장병 대상 불법 대부영업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원장은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면서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교묘해지고 있다"며 "AI 활용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구축해 신속히 대응하는 체제로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최근 이슈화된 요양병원 페이백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보험사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범정부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불법 금융광고와 관련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불법 투자권유 게시물과 인플루언서의 부적절한 금융광고 등에 대한 감시 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군 장병 금융교육도 강화한다. 이 원장은 "군 현장에 가보면 금융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금융교육은 과거 금감원의 비주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주류 업무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은 앞으로 복지부, 관계부처, 경찰, 검찰, 민간 플랫폼사 등과 협업해 민생 금융범죄의 탐지, 수사, 처벌, 예방 전 과정에서 통합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한 플랫폼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