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진이 한명 웃기는데도 소품까지 동원해서 최선을 다해요. 그만큼 웃음에 미쳤죠.”
우리 머릿속에 <개그콘서트> ‘대빡이’로 남아 있는 개그맨 김대범씨는 웃음에 대한 철학이 확고했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후배 정영진씨를 웃기는데도 소품까지 동원할 만큼 최선을 다한다는 그는 단 한명을 웃기더라도 후회 없이 혼을 쏟아부어야 후련하다고 한다. 몇년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보이는 ‘착한 좋아요’ 공약 역시 혼탁한 세상을 바꾸겠다는 작은 소망에 풍자와 웃음을 더한 그만의 개그다. 남을 웃기는 게 행복하다보니 일상이 지루할 틈도 없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만 가득하다. 때로는 그의 개그를 이해 못하는 이들에게 비판 받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 단단해진다고. 오로지 웃음만 생각한다는 그의 일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SNS로 개그 활동을 한 계기가 있나
→ 공중파TV 공개 코미디프로그램에 더 이상 출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위기감이 왔어요. 개인적으로는 슬펐지만 웃음을 주는 일은 계속하고 싶었죠. 고민을 하던 중 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인터넷방송이 눈에 띄었고 거기부터 다시 시작했죠. 그런데 하다보니 채팅창 유저들을 실시간으로 웃겨야 하는 부담감이 컸던지, 저랑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더 자유롭게 개그를 하면서 충분한 준비도 가능한 SNS로 무대를 옮겼죠.
◆‘착한 좋아요’ 활동이 눈에 띈다. 어떤 건가
→ 누군가를 웃길 때 그냥 웃음도 좋지만 흐뭇하게 웃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독한 개그를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저급하게만 보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 흐뭇해 할 소재를 찾다가 ‘혼자 밥 먹기 싫을 때 꿀팁’이라는 콘셉트로 평소에 친한 아파트 경비아저씨와 함께 밥 먹는 콘텐츠를 짜서 올렸어요. 큰 기대를 안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라 저도 놀랐어요. 글, 사진, 동영상으로 저의 개그를 맘껏 뽐낼 수 있는 SNS는 저만의 착한예능 무대입니다.
◆진정성에 대한 오해는 없었나
→ 물론 있죠. 좋아해주시는 분도 있지만 보여주기 식 아니냐고 욕도 엄청 먹었어요. 한번은 초등학생이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는 충고를 해서 황당했죠. 그래서 이걸 또 개그로 활용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게 나름대로 풍자를 해보자는 거였어요. 대표적인 게 악플러들을 위해 경찰서 앞에서 ‘안티팬 사인회’를 연 거예요. 그렇게 악플 달더니 막상 안티팬 사인회 여니깐 한명도 안 오더라고요.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에도 왜 계속 하나
→ 제가 선행을 한다고 다 SNS에 올리지는 않아요. 보여주기가 필요한 것만 올려요. 예를 들어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라는 캠페인을 하는데 그냥 뻣뻣하게 ‘쓰레기를 아무대나 버리지 말자’라고 말만 하면 오히려 이게 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직접 쓰레기를 줍고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심각성을 직접 보여줘야 하거든요. 이런 보여주기는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젠가
→ 거슬러 올라가면 군 생활 할 때 적응 못한 게 가장 힘들었고 사회에서는 동료 개그맨들이 스타가 되는 걸 보는 게 힘들었어요. 유세윤·장동민·유상무·황현희·안상태·강유미·안영미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스타 개그맨들이 다 제 동기예요. 제가 그 친구들과 겨뤄서 1등으로 공채 개그맨이 됐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어떤 개그를 짜도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았죠. 그러는 동안 동기들은 승승장구했고 저 혼자 뒤쳐진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고 스스로 한계를 느꼈어요.
◆본인만의 개그 철학이 있나
→ 개그의 순기능은 무조건 상대방을 웃겨서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두번째는 풍자인데, 세상의 잘못된 세태를 반영하는 블랙 코미디 같은 건 개그만이 할 수 있는 멋진 기능이라고 봅니다. 제가 자극적이고 센 개그를 좋아하는데 단순히 자극만 주고 관심 받으려고 할 게 아니라 우리 삶을 잘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굉장히 작은 존재지만 이런 철학은 제 개그의 바탕입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착해지고 싶은 사람이에요. 남 웃기는 거 좋아하는 개구쟁이거든요. 한때 연예인병에 걸려서 잘못된 행동도 많이 했지만 앞으로 좀 더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그런 것들을 반성할 줄 알고, 실제로도 반성했어요. 끊임없이 남에게 웃음으로 행복을 주다보면 언젠가는 제 스스로 “저는 참 좋은 사람입니다” 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거라 믿어요. 그때까지 저는 매 순간 웃음만 생각하며 노력하는 개그맨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머니S> 제525호(2018년 1월31일~2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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