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알뜰폰을 살피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3월 알뜰폰은 700만 가입자를 넘어 연내 8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1년만에 상황은 180도 변했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정책을 펼치면서 알뜰폰업계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2011년 이명박정부 때 도입됐다. 도입 직후부터 지난해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하진 못했지만 소비자 간 정보가 교류되면서 서서히 그 세를 키웠다. 소비자들은 부가서비스와 부실한 고객응대에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만족하며 알뜰폰을 사용했다.

하지만 가계통신비 방안으로 보편요금제 등이 제시되면서 알뜰폰은 흔들렸다. 여기에 획기적인 요금제가 자취를 감추면서 알뜰폰은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선택약정할인율 25% 인상도 알뜰폰을 위협했다. 춘래불사춘. 알뜰폰 업계는 봄이 왔으나 봄같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알뜰폰 업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존재는 보편요금제다. 보편요금제는 알뜰폰 요금제와 비슷해 도입 시 알뜰폰업계의 매출은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편요금제를 살펴보면 월 2만원 안팎의 요금으로 음성 200분, 데이터 1~1.4GB(기가바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저가 요금 상품이다. 현재 3~6만원에 형성된 요금제를 2만원대로 낮춰 가계통신비 인하를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보편요금제 도입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한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달 막을 내린 가계통신비인하 정책협의회에서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이통3사와 알뜰폰 업계의 완강한 반대로 합의가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정책협의회에서 보편요금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보편요금제가) 법제화 추진과정에 있기 때문에 실무적인 논의는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편요금제에 대해 논의는 계속하겠다. 저희 로드맵은 상반기 업무보고에 넣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충실히 하겠다”고 덧붙여 논란을 키웠다.


지난 2일 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원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김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계속되는 알뜰폰 위기설에 정부는 지난 2일 알뜰통신사업자협회와 마주 앉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용수 2차관 주재로 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원사 9곳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최근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경쟁력 악화가 예상된다며 ▲전파 사용료 면제 연장 ▲도매 대가 인하를 위한 제도 개선 ▲알뜰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을 건의했다.
이석환 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알뜰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통해 가계통신비 절감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수 차관은 “최근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인해 사업에 애로사항이 우려됨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 간담회의 논의 사항을 정책 추진에 참고하겠으며 사업자 분들도 이용자 만족도 제고를 위해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업계는 보편요금제 도입보다 알뜰폰 업계 지원에 무게를 싣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요금제를 설계하는 보편요금제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기존의 알뜰폰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경쟁을 유도해 요금제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것이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