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동양생명, (우)ABL생명. /사진=각 사
올 상반기 보험업계에 인수합병(M&A)을 통한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달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과 통합을 마무리했다. 최근에는 ING생명 인수전에 양대 금융지주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뛰어들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또 한번 거대 합병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CEO리스크로 갑자기 매각이슈에 휘말린 곳도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이다. 주인인 안방보험그룹의 우샤오후이 전 회장이 구속되며 경영권이 1년간 중국 당국으로 넘어가서다. 당국은 안방보험 경영정상화를 위해 보험자산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해외자산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관치에 놓인 안방보험이 두 회사의 든든한 후원자로 남을지 미지수다.
◆동양·ABL, 내부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

지난달 23일 중국 보험감독위원회(보감위)는 웹사이트에 “올해 2월23일부터 내년 2월22일까지 안방보험에 대한 관리에 나선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이 기간 보감위와 인민은행, 은행감독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 관계자들로 구성된 팀이 안방보험을 경영한다.


보감위는 우샤오후이 전 회장을 경제범죄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방보험의 불법적인 영업이 이 회사의 지급능력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어 정상적 영업을 위해 당국이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감위는 “안방보험의 보험사업은 계속해서 영위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업을 어떤 식으로 전개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안방보험은 전 세계적으로 왕성한 M&A를 진행하면서 덩치를 키운 중국 대형보험사로 2015년 9월 동양생명을 끌어안은 데 이어 2016년 12월 ABL생명도 인수했다. 두 보험사는 국내에서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몸집을 불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초회보험료를 거두는 등 국내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안방보험이 현재 중국 당국으로부터 해외자산 매각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며 동양과 ABL이 유력 매각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양사가 또 다른 회사나 사모펀드에 인수될 경우 구조조정 등으로 인원 감축이 진행될 수도 있다. 새로운 주인에게 인수될 경우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받는다는 법이 없어서다.

이런 가운데 ABL생명 직원들 사이에서는 오는 4월 이사회 결정을 통해 희망퇴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10월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어 당장 인원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안방보험의 위탁경영 기간 동안 양사의 내부 지배구조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위탁경영을 통해 지배구조를 적극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안방보험의 해외자산을 정리할 경우 동양생명도 영향을 받게 된다. 결국 양사 안방보험 출신 임원들의 입지가 불안해질 수 있다.

현재 동양생명의 이사회는 안방보험 체제로 구축된 상태다. 이사회 과반 이상이 중국통 인사로 채워졌으며 6년간 동양생명을 이끌던 ‘동양맨’ 구한서 대표는 물러나게 됐다. 새 대표에는 안방보험의 ‘키맨’으로 불리는 뤄젠룽 대표가 단독 선임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위탁경영이 결정되며 뤄젠룽 대표는 경영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ABL생명도 옛 알리안츠생명 출신인 순레이 사장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 9명 모두가 안방보험 인사다.

◆IFRS17 도입, 저축성보험 역풍 맞나

대부분의 보험사는 앞으로 도입될 새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K-ICS) 때문에 자본건전성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나중에 돌려줘야 할 저축성보험료는 모두 부채로 잡힌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돌려주지 않는 보장성보험 상품 판매에 집중한다.

하지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반대로 저축성보험 판매에 매진했다. 회사 외형을 확대할 수 있는 초회보험료 누적에 있어 보장성보험보다 저축성보험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양사가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할 수 있었던 것은 안방보험의 자본 지원 덕분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지난해에만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안방보험으로부터 수혈받았고 보험사의 재정건전성 여부를 살펴볼 수 있는 지급여력비율(RBC)도 100% 중반대에서 200%를 돌파했다. 금감원의 RBC 권고수치는 150% 이상이다.

만약 매각이 현실화되면 양사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그동안 판매한 저축성보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당장 안방보험의 자본 도움을 받지 못하면 IFRS17 도입을 앞두고 심각한 재무위기에 빠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을 위탁경영해도 독립법인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물론 잠재적 리스크는 있을 수 있다. 중국 당국의 위탁경영 추이를 지켜봐야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2호(2018년 3월21~3월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