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사진=뉴스1 DB
금융투자업계의 '큰 손' 연기금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은 제약·바이오주를 팔고 미디어·콘텐츠 관련주를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주는 금융감독원의 테마감리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실적 논란이 불거진 반면 미디어·콘텐츠주는 중국과의 사드 문제 해소 가능성에 실적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디어·엔터주 지분 확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을 확대해 지분율이 5%를 넘은 종목이나 기존 대량보유 종목으로 지분이 더 증가한 종목은 총 102개다. 24개 종목이 새로 편입됐고, 78개는 지분이 확대됐다.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 해소 국면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주의 지분을 집중 취득했다. 특히 지분을 확대한 종목은 제이콘텐트리(5.22%), JYP엔터테인먼트(5.03%), SBS홀딩스(7.04%) 등이다. 제이콘텐트리의 경우 메가박스의 이익 개선에 따른 실적 상향이 전망됐다.

김회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이콘텐트리는 지난해부터 드라마 직접 투자 시작 후 평균 시청률이 1.9%에서 4.4%로 상승했다”면서 “넷플릭스, 중국 등으로의 판권 판매가 성사되면 올해 영업이익은 10%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한동안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바이오·제약주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1분기 보유 지분을 축소하거나 5% 이상 대량보유 종목에서 제외한 종목은 총 92개로 집계됐다. 이 중 대량 보유주식 명단에서 아예 제외된 종목은 12개다.

특히 제약업종에 대한 투자를 눈에 띄게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1분기 지분을 축소한 제약주는 녹십자, JW생명과학, 대웅제약, 종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금감원이 테마감리 부문으로 연구개발비를 지목하며 제약·바이오주의 실적에 의문이 제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오름세가 두드러졌던 제약주에 대해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롯데정밀화학(지분율 13.27%), 대한유화(13.28%), 후성(7.44%) 등 시장의 모멘텀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종목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NCC업체인 대한유화는 단순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석유화학업황 호전과 기저효과에 따라 올해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정밀화학은 지분법 이익까지 개선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이 투자종목 교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제약 업종이 중장기적으로 양호한 주가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SK증권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등장으로 10개 바이오·제약 종목의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이들 종목이 증시에서 주목받으면서 투자유치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임상이 끝날 때까지 자금 확보가 필수인 업종이기 때문에 자금조달 가능성 만으로도 투자가치가 오른다는 설명이다.

SK증권이 목표주가를 상향한 종목은 특허소송에서 승소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한미약품, 유한양행,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SK케미칼 등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주식 투자 방향에 대해 “우량 내재가치를 지닌 종목을 발굴해 장기투자로 접근한다”며 “직접투자의 경우 사전에 투자가능 종목 Pool(풀)을 구성해 그 범위 안에서 투자를 실시하고 위탁운용은 세부 유형별 포트폴리오 관리 전략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국내주식 투자 비율 확대


국민연금이 지난해 국내 주식에 투자한 금액은 131조원에 달한다. 증권시장 활황에 힘입어 전체 자산 대비 국내주식 투자 비율도 2016년 18.1%에서 지난해 21.2%로 확대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는 올 들어 더욱 활발해졌다. 1분기 중 주식 등의 보유비율이 최초 5% 이상이 되는 경우와 국민연금 보고대상 기업 중 직전 공시보고 대비 1% 이상 변동이 있는 경우는 모두 139건으로 지난해 4분기 128건 대비 소폭 늘었다.

이 중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월 지분 변동은 34건이며 본격적인 조정기로 지수가 급락한 2월 지분 변동은 41건이다. 조정기를 끝내고 다시 지수 상승하기 시작한 3월에는 64건으로 늘었다.

이는 지수 변동폭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가 지난 1월29일 2598.1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코스닥지수가 900선을 돌파하며 오름세를 보였으나 이후 급락장을 연출하는 등 조정기를 거쳤다.

한편 국민연금의 1분기 투자성적은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02개 종목의 주식평가액은 121조2203억원으로 지난해 말 123조721억원 대비 2% 가량 줄었다. 특히 최근 지분 변동이 가장 컸던 종목은 ‘유령주식 매도 사건’을 유발한 삼성증권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9일 삼성증권 지분을 기존 9.41%에서 12.52%로 확대한 데 이어 지분확대 1주일 만에 이 회사 지분의 약 1%(82만8599주)를 팔았다. 이에 연기금은 25억원의 매도손실과 400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