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앞에선 경단녀./사진=뉴스1DB
보험사들이 경력단절여성(경단녀)들을 보험설계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경력단절로 일터 복귀가 어려운 워킹맘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채용은 보험사 입장에서 비교적 젊은 경단녀를 설계사로 영입하는 인재풀 확보 효과가 있다. 또한 경단녀 고용으로 인한 기업이미지 제고도 가능하다. 하지만 보험사의 경단녀 채용이 구색맞추기용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연근무·교육비로 경단녀 모집  

국내 보험사들이 경단녀를 보험설계사로 채용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큰 대형사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경단녀 특화채널을 만들며 채용을 주도한다. 

2016년 1월 출범한 삼성생명 '리젤(LIfe-anGEL)'은 강북과 강남권역 2개 지점으로 출발해 현재 10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한화생명의 리즈(Re’s)는 서울, 부산, 구미, 양산 등 4개 지점에서 85명의 설계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달 송도와 대전에 2개 지점이 추가됐다. 교보생명은 2016년 10월 출범한 '퀸(K-Win)FP'를 운영 중이다. 

빅3의 경단녀 특화채널은 세부적인 차이가 있지만 워킹맘을 위한 유연근무제와 안정적인 초기자금 지원이 특징이다. 리젤은 30세부터 45세 사이의 여성을 채용하며 일반 설계사가 1~2달 교육 후 바로 영업현장에 투입되는 것과 달리 4개월 동안 체계적인 교육을 마친 뒤 특화채널 설계사로 영업활동을 시작한다. 이 넉달 동안 경단녀는 80만~150만원 등 교육비를 제공받고 교육 후 업무를 지속할지 선택할 수도 있다. 

리즈는 입문, 기초, 심화, 최고급 4단계의 금융교육을 진행해 금융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운다. 또 내면을 채우는 인문교양 클래스와 매력적인 외면을 가꾸는 스피치, 메이크업&스타일링 클래스 등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교육과정도 제공된다. 특히 교육기간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며 기본 활동 수수료와 자녀학비 등 복지 수수료도 지급된다. 

퀸FP는 30~40대의 초대졸 학력의 직장경력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설계사를 모집한다. 이들에게는 2년간 일정 금액의 기본 수수료가 지급되며 실적에 따른 성과수수료도 별도 지원된다. 
 
경단녀 특화채널의 가장 큰 메리트는 워킹맘을 위한 근무시간이다. 3곳 모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로 근무시간이 고정돼 워킹맘의 경우 아침, 저녁으로 자녀의 등·하원(교)을 직접 챙길 수 있다. 

삼성생명 대구리젤지점에서 채용업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는 "채용 후 영업실적이 저조해도 2년간은 일정 금액의 기본 수수료를 지급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적어도 일반 전속설계사 지점보다 더 나은 혜택을 받고 설계사를 시작한다. 워킹맘으로서 자녀를 돌 볼 시간도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빅3 생보사 외에도 푸르덴셜생명은 여성 세일즈 매니저 모집프로그램을 통해 직장경력이 있는 여성들을 설계사로 채용한다.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특화채널은 아니지만 경단녀 채용 시 수수료 혜택 등을 제공하며 모집에 나선 상태다. 취업기회가 좁은 경단
녀들에게 적어도 보험설계사 채용문은 다른 곳에 비해 활짝 열려있는 셈이다.

◆'경단녀'보다 '젊은 설계사'가 목적?

빅3 생보사 경단녀채널.(위부터)삼성생명 지젤, 한화생명 리즈, 교보생명 퀸FP./사진=각 사 홈페이지

하지만 경단녀 특화채널의 경우 모집대상이 반드시 '경단녀'만 되는 것은 아니다. 경단녀 특화채널은 모집 시 경단녀 위주의 채용을 하고 있지만 일부 보험사 지점은 보험업무 외에 직장 경력이 없어도 지원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경단녀를 채용하지 않는다면 30~45세 여성을 채용하는 보통의 보험설계사 채용채널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오로지 경단녀만을 위한 채용이라기보다는 보험사의 젊은 여성설계사 모집에 '경단녀'라는 키워드가 이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 설계사는 고령화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생보사 설계사들의 평균연령은 46.4세로 설계사를 제외한 금융업 종사자 평균 연령 39.0세, 제조업 40.7세, 전체 산업 41.5세보다 평균 연령이 높았다. 설계사 고령화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단순보험 상품 판매, 활동력 저하로 인한 고객풀 확보 실패 등 보험사 수익에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 보험사에게 30~45세 경단녀는 고령화를 낮출 좋은 기회다.

정권이 바뀌며 보험사의 지원도 시들해졌다. 박근혜 정부 당시 당국이 경단녀 채용을 독려했지만 현 정부에서는 큰틀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뿐 경단녀만의 채용에 방점을 찍고 있진 않다. 실제 삼성생명 리젤의 경우 출범 2년이 넘었지만 지점이 전국 10개 지점에 그치고 있다. 한화생명의 리즈와 교보생명의 퀸FP도 전국 지점이 10개를 넘지 못하며 설계사 채용수도 각각 85명, 30여명 수준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경단녀 특화채널은 전 정권때 이슈가 됐던 경단녀 채용열풍에 일부 보험사가 동참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 운영 중인 특화채널도 명맥유지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1년 이상을 못 버티는 경우가 많아 설계사 채널은 초기 성과보다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며 "경단녀 채널은 일정기간 수수료를 보장하고 양성과정도 차별화해 초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만약 경단녀채널이 정권 코드맞추기 수준의 사업이라면 현재 제공되는 교육비나 수수료 혜택 등이 보험사에게 부담이 되는 순간 언제든 축소되거나 폐지될 수도 있다. 경단녀채널이 '구색맞추기용'이 되지 않으려면 보험사가 꾸준한 지원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8호(2018년 5월2~5월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