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구치소로 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임한별 기자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약 350억원의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법정에 처음으로 출석해 직접 입장을 밝힌다. 앞서 변호인을 통해 검찰 측이 내놓은 증거에 모두 동의한 상태라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일부 혐의를 인정할지 주목된다. 한편 검찰의 기소가 '정치보복'이라는 종전의 주장을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16개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다. 이날 공판은 피고인인 이 전 대통령이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자리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3일부터 세차례에 걸쳐 쟁점과 심리절차 등을 정리하는 준비기일을 열었는데 이때는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지난 3월22일 구속된 지 2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40분간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다음 변호인이 반박하는 취지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기에 앞서 이 전 대통령에게 10분간 직접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직접 작성한 서면을 낭독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간 자동차 부품사 다스를 사실상 운영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349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31억원을 내지 않았고 ▲대통령 재임기간인 2008년 4월~2011년 9월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약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 명목으로 상납받고 ▲다스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삼성으로부터 미국 소송비 68억원을 받는 등 16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본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치보복'을 운운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자신을 향한 혐의도 대부분 부인해왔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에 모두 동의하고 사건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이 검찰 증거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전 대통령의 첫번째 재판이 열리는 이날은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가 되는 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번째 재판을 받은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