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김씨의 부모는 서울고등검찰청에 재정신청을 하는 한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었고 관련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도 받고 싶어서다. 서울고검의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민사소송 판결은 오는 6월5일 내려진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었던 지난 2년, 김씨 부모의 시간은 멈췄다. 이들의 시계는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사지연장술이 앗아간 한 청년의 꿈
사지연장술은 양쪽 종아리뼈를 인위적으로 골절해 일리자로프라는 기구를 통해 하루에 1㎜가량씩 키를 늘리는 수술이다. 보통 5~15㎝까지 키를 늘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핀 삽입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는 등 위험이 큰 수술이다. 염증은 물론 ▲폐동맥색전증(이하 폐색전증) ▲뼈 생성 지연 ▲구획증후군 ▲심부정맥혈전증 ▲하지부동(양측 다리길이 차이)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위험성 많은 수술을 김씨가 받은 이유는 뭘까. 김씨 부모에 따르면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미국 산타모니카대학(자유예술 전공)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3학년에 편입해 무대에 서는 꿈에 한걸음 다가섰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174㎝였던 키.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볼 때마다 “외모, 노래, 연기는 좋지만 키가 작은 게 아쉽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고 키는 김씨의 콤플렉스가 됐다. 그러던 중 수술만 받으면 키가 클 수 있다는 R정형외과의 지하철·인터넷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부모를 졸라 결국 2016년 7월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R정형외과에서 사지연장술을 받았다. 이제 시간만 지나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수술의 고통을 참았던 것도 잠시, 김씨는 이틀 뒤인 23일 물리치료를 받던 중 쓰러졌다.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폐색전증 진단을 받고 응급 폐색전제거술을 받았지만 5일 뒤 끝내 사망했다.
<머니S>가 입수한 김씨의 수술 및 치료 동의서에는 “수술 시 드물지만 신경손상, 혈관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술 후 감염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치료·회복기간 중 감염증, 고정핀 등 금속 파열, 지연성 골형성, 조기골유합, 측 이탈, 간헐적 등통 등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은 있지만 폐색전증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1월 A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A씨는 검찰 진술에서 “상담을 하며 사지연장술의 부작용 후유증·합병증 등 수술에 따른 위험부담을 설명했고 수술도 잘 됐다”며 “수술 다음날 김씨가 식사를 하고 물리치료도 받아 의식을 잃고 쓰러지리라고 예측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김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가장 신속하고 빠르게 응급조치를 했다”며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119에 신고해 후송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불가항력적 사고임을 강조했다. 검찰은 A씨의 주장과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사지연장술 전문의 송해룡 고려대 의대 교수는 “사지연장술의 부작용은 뼈를 잘못 절단할 경우 신경과 혈관을 다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가장 무서운 합병증으로 골수의 지방성분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 폐에 혈전증이 생겨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특히 김씨는 의식을 잃은 날 새벽 5시30분쯤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며 폐색전증의 전조증상을 당직 간호사에게 알렸으나 묵살됐다. 이후 간병인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병실을 나와 복도에서 잠시 바람을 쐬다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결국 그는 첫 증상을 호소한 지 4시간40분이 지난 오전 10시10분쯤 물리치료를 받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다”고 말한 뒤 5분 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와 관련 R병원 의무기록지에는 “김씨가 새벽 5시30분쯤 깨서 걷는 연습을 했다”고 기록하는 등 의무기록지를 조작한 혐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간병인에게 들었던 사실을 기재했다”는 A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허위로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려대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는 “골절 수술 후 폐색전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심각한 예후를 일으킬 수 있어 사전에 위험성에 대한 고지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수술 후 환자가 가슴이 답답하다는 증상을 호소했으면 폐색전증을 의심하고 곧바로 혈액 검사 시행 및 흉부CT를 찍거나 심초음파를 보는 등 빠른 후속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 조치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이용환 법무법인고도 대표변호사는 “환자가 골절 수술 후 가슴이 답답하다고 의료진에 미리 얘기를 했다면 폐색전증을 의심하고 후속조치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은 의료과실로 볼 수 있다”며 “이 부분을 재판에서 어떻게 입증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R병원 관계자는 “의료소송이 진행 중인 건이어서 지금은 별다른 말을 할 수 없다”며 “결과를 지켜본 후 밝힐 만한 내용이 있다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 부모의 길고 외로운 싸움은 6월5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김씨의 아버지는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을 불시에 잃은 뒤 폐가같은 적막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며 “죽은 아들 엄마는 아직도 아들방에 항상 불을 켜놓고 주인 없는 핸드폰도 충전시켜 놓고 있다. 아들의 죽음을 아직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은 온 사회에 만연한 획일적인 외모지상주의가 불러온 최악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세태를 악용해 인간 목숨까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추악한 의료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아들 사망의) 진실을 알고 싶고 아들과 같은 희생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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