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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1조2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한 것. 다음 수순은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삼성물산 지분 처분을 통해 순환출자 해소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삼성전자 지분 처분으로 삼성은 일단 금산법을 피하게 됐지만 이른바 ‘3%룰’로 불리는 보험업법이라는 큰 걸림돌이 남아있다.

◆순환출자 해소 수순 밟을 듯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1일 장 시작 전 보유 지분 중 2700만주(0.45%)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주식 2298만3552주(0.38%)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401만6448주(0.07%)를 내놨다.

이번 삼성전자 지분 처분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앞서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10% 미만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행 금산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비금융 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기존에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각각 8.27%, 1.45%로 둘을 합치면 9.72%가 된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해 전체 주식수가 줄어들 경우 두 회사의 지분은 10%를 초과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블록딜 매각으로 두 회사의 합산 지분율은 삼성전자의 잔여 자사주 소각 후에도 9.9997%로 금산법 규정을 위반하지 않게 됐다.


시장에선 삼성의 다음 수순으로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한 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처분을 처분해 순환출자 해소에 나설 것으로 점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종안은 아니지만 정부 요청에 그룹이 우선 대응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현재 지배구조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잔여 전자 지분 처리가 관건이지만 경영권 이슈와 해소 방안이 마땅치 않아 조기에 추가 매각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잔여 지분의 규모는 29조6000억원 가량으로 이를 강제 처분할 것을 요구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리스크를 감안하면 다음 이벤트는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 단행보다는 순환출자 완전해소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기,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를 처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 중인 국정농단 재판과 출소 후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위해서도 삼성전자의 실적과 사업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본격 지배구조 개편은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보험업법 ‘3%룰’

관건은 국회에서 이른바 '3%룰'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존 취득원가로 계산했던 보험사의 보유주식을 '시가'로 평가해 보유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즉,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2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0%룰' 이슈는 피했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라 삼성전자 보유 주식에 대한 평가가 시가 평가로 바뀌면 삼성생명의 경우 이른바 '3%룰' 이슈에 부딪힌다"며 "올 1분기 말 현재 삼성생명의 일반계정자산총계는 211조원으로 이 중 3%인 6조3000억원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는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김태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산법 이슈 외에 정부의 기조가 삼성전자 지분 이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번 블록딜로 현행법상 이슈였던 금산법 이슈는 해소됐다”면서 “다만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등 보험업계 자본 강화, 경제민주화 움직임 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지분 처리 이슈는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