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행장은 탄탄한 실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성공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의 승부사 기질이 우리은행 지주회사 전환에 추진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금융지주 1호’ 타이틀 회복 박차
우리은행은 ‘국내 1호’ 금융지주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01년 국내 첫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했지만 2014년 보험·증권사 등 계열사를 매각하고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가 해체됐다.
손 행장은 ‘잃어버린 4년’을 찾기 위해 올해를 지주회사 전환의 최적기로 삼았다. 그는 취임일성으로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선언했다. 지난 2월 손 행장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지주사 전환을 전담하는 미래전략단을 신설했다. 그가 미래전략단의 현안을 직접 챙기며 지주회사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탄탄한 내부 실적은 지주회사 전환에 한 발 다가서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지난 1분기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341% 증가한 5897억원으로 예상을 웃도는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당초 4700억원대를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개선된 수치다.
특히 실적은 일회성 이익이 아닌 핵심 지표가 대부분 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자이익은 전분기 대비 3.6% 늘어난 1조3670억원, 비이자이익은 54.9% 증가한 3160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됐다.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수익증권과 방카슈랑스, 신탁 등이 골고루 성장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첫 성적표에서 합격점을 받은 손 행장은 올 하반기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점포망을 대거 개편할 방침이다. 비대면금융 활성화에 따라 지점 수익이 줄고 있어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의 영업점 수는 2015년 말 934개에서 2016년 말 894개, 지난해 말 876개로 꾸준히 줄었다. 온라인뱅킹과 스마트폰뱅킹이 늘면서 점포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감소한 탓이다.
손 행장은 일정 지역을 단위로 1개의 거점(허브) 지점과 4~5개의 소규모(스포크) 지점을 두는 ‘허브앤드 스포크(Hub & Spoke)’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손 행장은 “점포가 줄더라도 허브 앤드 스포크 체제에서는 점포 간 협업을 통해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며 “그동안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두 배 이상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능력 입증, 지주 회장 유력 후보
손 행장은 조용하지만 ‘빠른 결단력’을 가진 리더로 통한다. 지난해 채용비리로 고역을 치렀던 내부조직을 추스르고 조직 개편과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마무리했다.
‘글로벌통’으로 꼽히는 그의 해외소통 능력도 장점이다. 지난달 손 행장은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싱가포르와 홍콩을 방문해 기관투자자에게 투자유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하반기에는 직접 영국 런던 등 유럽지역에서 IR(투자설명회)을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 손 행장은 주가부양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3만8129주를 사들였다. 금리 상승기에도 불구하고 은행주 주가가 하락세를 보여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 20일 한 때 1만7400원까지 오르면서 올 들어 최고가를 경신했다. 우리은행의 주가 부양은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매각과 관련이 있는 만큼 손 행장의 해외순방과 자사주 매입효과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은 약 20조원으로 은행법상 출자 한도는 약 4조원, 여기에 현재 자회사 등 출자액을 빼면 7000억원 정도가 신규 출자 여력으로 남는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자기자본의 130%까지 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어 6조원 이상을 투자할 수 있다. 손 행장이 지주회사 전환에 총력을 기울인 만큼 계열사 M&A에 어떤 전략을 펼칠지 이목이 쏠린다.
손 행장의 임기는 2020년 12월이다. 통상 금융지주는 회장은 3년, 계열사 최고경영자는 2년을 임기로 정하지만 손 행장은 3년간 임기를 부여받았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3년간 조직안정과 지주회사 전환 이슈가 맞물려 임기를 충분히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제 관심은 손 행장이 남은 임기동안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할지 여부에 쏠린다. 그가 지주회사 전환을 주도한 만큼 차기 금융지주회장에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지주회사 전환을 승인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계열사 구축과 지주회장 선임은 지주회사 전환 후에 논의할 일”이라며 “우리은행이 지주회사 1호 명성을 가졌던 우리금융지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프로필
▲1959년 광주 출생 ▲전주고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한일은행 입행(1987년) ▲전략기획부 팀장 ▲전략기획부 부장 ▲LA지점장 ▲우리금융지주 상무 ▲관악·동작영업본부장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글로벌그룹 그룹장 겸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글로벌부문 부문장 겸 글로벌그룹 부행장 ▲우리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46호(2018년 6월27일~7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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