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농협금융회장이 부동산 신규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이자수익이 줄어들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새 먹거리를 찾으려는 취지다.
최근 농협금융은 부동산 영업 격전지로 꼽히는 리츠(REITs)시장에 발을 들이며 본격적인 영업준비에 들어갔다. ‘고유 경쟁력’을 찾자는 그의 취임 일성에 발맞춰 그룹 전반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5월 농협금융은 국토교통부에서 NH농협리츠운용의 예비인가를 받았고 창립총회를 열어 서철수 농협리츠운용 대표를 선임했다. 서 대표는 국토부의 본인가를 받는 대로 이달 중 회사 설립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리츠AMC 수장, 외부출신 발탁
리츠는 여러 투자자에게 모은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운용하고 임대수익, 매매차익 등을 나눠주는 사업이다. 리츠운용회사를 설립한 금융사는 부동산 자산운용 관련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김 회장은 리츠운용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외부출신 전문가를 초대 수장으로 앉혔다. 그동안 농협금융이 내부출신을 계열사 사장에 전보 혹은 승진시켰던 관례를 깬 파격적인 시도다.
서 대표는 1993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뒤 기업여신부문 과장, 자금기획부·자금부 차장, 투자금융본부 PF실 프로젝트매니저를 거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문가다. 2006년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한투신탁운용 실물자산본부장을 역임했다.
특히 서 대표는 산업은행 출신이란 점에서 특수은행 농협의 조직문화를 이해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과거 NH-아문디자산운용은 국민연금에 몸담았던 한동주 대표를 3년 만에 농협출신의 내부 인사로 교체했다. 계열사와의 시너지, 실적 등에서 예상했던 목표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와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서 대표는 우리나라에 인프라금융, PF(프로젝트파이낸싱)라는 개념이 생소할 때부터 부동산금융을 담당한 적임자”라며 “농협리츠운용이 출범하면 공모형은 물론 사모형까지 활용해 다양한 리츠상품을 출시해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농협금융은 다수의 계열사 오피스 빌딩을 활용한 공모형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지점(출장소 포함)을 1150여개 보유 중이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의 지점은 각각 77개와 53개, NH투자증권은 82개의 지점과 영업소를 갖고 있다.
아울러 하나로마트 등 농협중앙회 소유 건물과 연계한 리츠상품도 출시한다. 특수조합인 농협은 그동안 전국 각지에 점포를 유지했지만 점포 효율성이 줄어 다수의 점포가 리츠상품에 활용될 예정이다.
◆신한 맹추격, 신탁사업 잡을까
국내 리츠시장은 2001년 처음 도입된 후 지금까지 기관투자자가 주로 투자하는 사모 리츠 중심으로 성장했다.
금융지주 중에선 신한리츠운용이 지난해 10월 리츠AMC 본인가를 받고 7월 판교알파돔시티위탁관리리츠(알파돔리츠)를 상장하는 등 두각을 보이고 있다.
알파돔리츠는 판교 알파돔시티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매입한 리츠로 공모규모가 1140억원에 달한다. 신한금융컨소시엄(신한리츠운용·신한금융투자)이 알파돔 건물 매입에 총 5680억원을 투입했으며 오피스 시설로 임대할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신한금융보다 리츠운용사 출범이 늦었지만 상품 출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농협중앙회 소유 건물부터 리츠상품으로 출시하면 협상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리츠운용사 출범 후 지주 유휴부동산을 수익화해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이라며 “공모와 상장 관련 업무도 곧바로 진행하기 때문에 운용·관리인력도 선별해 채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부동산사업은 신탁진출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부동산신탁회사 신규 설립을 허용하는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농협금융은 새로운 부동산신탁 플레이어로 거론된다.
부동산신탁은 수년간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인 시장이다. 부동산 경기 호조로 신탁사들이 꾸준히 일감을 늘렸고 이익 규모도 커졌다. 11개 신탁사 중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곳도 1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릴 정도다.
금융사가 부동산신탁을 영위할 경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실제 올 1분기 신탁수주 실적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한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은 금융지주사의 비이자이익 상승에 기여했다.
농협금융의 부동산신탁 진출은 김용환 전 회장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그동안 진입장벽이 높아 군침만 흘렸지만 이번에는 타이밍이 좋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광수 회장 취임 후 농협금융 계열사의 신사업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2016년 빅배스(대규모 손실처리)를 통해 체질개선에 성공한 농협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상승을 이룰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7호(2018년 7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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