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닮았다. 내용만 보면 지난 28일(한국시간) 치러진 2018년 러시아월드컵 F조 최종전에서의 일본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상황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일궈낸, 박지성 선수가 지금도 회자되는 원더골을 넣은 포르투갈전 얘기다.
득실차만 빼면 2018년 일본과 2002년 한국의 상황은 너무나 닮았다. 결과도 비슷하다. 두 팀 다 16강 진출을 이뤄내며 전세계인의 예측을 비웃었지만 경기내용은 극과 극이다.
2002년 6월14일 한국은 1승1무의 준수한 성적으로 두 경기를 마치고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맞았다. 당시 세계 최고 미드필더로 군림하던 루이스 피구가 이끌던 포르투갈을 상대로 무승부만 해도 사상 첫 16강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한국. 이 경기에서 한국은 전원수비가 아닌 맞불을 놓으며 대한민국 축구의 전설로 남게 될 박지성 선수의 탄생을 알렸다.
패하면 무조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포르투갈은 거친 경기운영을 펼쳤다. 거기에 한국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포르투갈은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잦은 반칙을 범했다. 결국 퇴장으로 2명의 선수를 잃은 포르투갈을 상대로 21세의 박지성은 기념비적인 자축골을 터트린다.
여기서부터는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 이영표가 올린 크로스를 박지성은 가슴으로 공을 받은 뒤 오른발로 공을 살짝 올리며 달려드는 수비수를 제치고 왼발 강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든다. 골을 넣은 박지성이 세리머니를 한 뒤 히딩크 감독 품으로 달려드는 장면은 여전히 축구팬의 뇌리에 남아있다.
당시 같은 조 미국과 폴란드의 경기는 폴란드가 일찌감치 미국을 상대로 3골을 기록하며 승기를 잡았다. 한국과 함께 1승1무로 16강 진출을 다투던 미국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한국은 두 골차까지 패하더라도 진출이 가능한 상황. 여유로운 상황임에도 한국은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한국만의 축구’를 했다.
이같이 모든 경기에서 투지 넘치는 선수들과 코치진이 있었기에 한국 축구팬들은 아직도 16년 전 그날을 떠올리며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반면 일본은 달랐다. 이미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지은 폴란드를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올라가는 상황에서 폴란드에 한 골을 허용하자 10분 동안 시간을 끌었다. 같은 시간 열린 콜롬비아-세네갈의 경기에서 콜롬비아가 골을 넣자 자신들이 한 골만 더 내주지 않으면 진출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관중의 야유 속에서 묵묵히 공을 돌리던 일본은 경기 종료휘슬이 울리고 결국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결과는 같다. 다만 2002년 한국은 16강에 진출했고, 2018년 일본은 16강 진출을 당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2002년 포르투갈전의 행복. 과연 일본인들도 후에 2018년의 폴란드전을 떠올렸을 때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