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사진=박흥순 기자

매일매일 고민하는 40년 경력의 천생 ‘날씨쟁이’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어요. 존 러스킨의 시에 나오는 말이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태풍, 폭염, 혹한, 강풍, 황사 등 모든 기상현상은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분명 있습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황사마저 나쁜날씨가 아니란다. 날씨는 우리의 인생과 같아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 17일 ‘날씨쟁이’ 반 센터장을 만나 날씨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 뿌듯”

반 센터장에게 일기예보를 업으로 삼은 계기를 묻자 느닷없이 아폴로 우주선 얘기가 나왔다. 50년 전 중학생이던 그는 인간의 달 착륙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단다. 이후 막연히 천문기상학을 동경하게 됐고 그중 실생활과 밀접한 기상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당시 환경은 정말 열악했어요. 천문, 기상 모든 분야에서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였을 거예요. 전공을 선택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상으로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날씨와 연을 맺은 게 벌써 40년이네요.”


한 분야에 40년간 몸을 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반 센터장도 경력을 이어가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많이 망설였다고.

“일기예보관으로 평생을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습니다. 맞춰야 본전이고 맞추지 못하면 된통 욕을 먹잖아요. 일기예보관은 정말 3D업종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후배들은 연구나 정책분야에서 일하려고 한다더군요.”

일기예보관으로 힘들었던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반 센터장은 업무의 난이도도, 과중한 업무도 아닌 주변에서 예보관을 무시하는 시각이라고 답했다.

“저는 예보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면서도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에만 봐도 구라청이니 뭐니 말이 많잖아요. 일기예보 정말 맞추기 어렵습니다. 40년 동안 한번도 같았던 기상도를 보지 못할 정도니까요. 일기예보가 틀려도 칭찬을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반면 보람있는 경우도 많아 반 센터장은 예보관으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단다.

“예보관으로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은 역시 남들이 맞추지 못한 예보를 정확하게 맞췄던 거죠. 2001년 7월14~15일 수도권에 시간당 300㎜의 장대비가 내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군에서 일기예보 총책을 맡고 있었는데 그때 아무도 맞추지 못했던 예보를 정확하게 맞춰서 인명피해 없이 무사히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반 센터장은 예보관이라는 직업의 매력으로 타인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대학에 강의를 나갈 때면 기상학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이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면도 중요하죠.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예보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점이 이 직업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한번은 염전을 운영하는 분이 고맙다고 천일염 두포대를 가져다 준 적이 있어요.(웃음) 또 예보가 정확하면 재산은 물론 인명피해도 줄일 수 있잖아요.”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사진=박흥순 기자

◆기후변화 대비해야
예보관에게는 날씨 이야기가 가장 흥미 있는 주제가 아닐까. 본격적으로 날씨에 대해 물었다. 질문을 던지기 무섭게 반 센터장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자세를 고쳐잡으며 질문에 귀기울이는 그에게 다짜고짜 “무더위가 언제까지 갈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지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반 센터장은 40년 경력의 여유를 보이며 “이번 달까진 쭉 더위가 계속 될 것으로 보여요. 비구름도 찾기 어렵습니다. 남태평양에서 태풍이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한반도 쪽으로 올라올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해요. 아직 태풍이 형성되는 시기라 조심스럽지만 저는 태풍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청산유수. 마치 머릿속을 꿰고 있다는 듯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해 술술 설명했다. 조금 더 막연하게 ‘요즘 날씨가 과거보다 더워지는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반 센터장은 막힘이 없었다. 그는 “따지고 보면 이번 무더위도 기후변화의 영향입니다. 마른장마도, 여름 막바지의 집중호우도 모두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기후변화로 발생한 현상이에요. 기후변화는 해가 갈수록 빨라지는 중입니다. 기온이 높았던 20개의 해 가운데 2000년대 이후가 19개에 달합니다. 올해까지 포함해서요. 그만큼 기후변화는 급속도로 진행 중이고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기후이탈이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급격한 기후변화에 주의하지 않을 경우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책이 시급합니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온열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응급환자 수용 능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하루 속히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 반 센터장에게 좌우명을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반 센터장은 “‘고민하자’가 적절한듯 싶습니다”라며 “일기예보를 오래 하다 보니 고민을 오래하게 되더라고요. 다양한 정보가 있어도 고민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라며 웃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0호(2018년 7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