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난 6일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화재원인 해명에 나섰다. 이날 김 회장은 “BMW 본사에서도 최우선 과제로 여긴다”면서 “다국적 프로젝트팀 10여명이 한국을 방문해 BMW코리아 및 관련 파트너사와 24시간 근무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0만6000여대 리콜대상 차종 중 현재 3만1000여대가 진단을 마쳤고 1만5000여대가 대기 중이다. BMW 측은 안전진단 후 화재가 발생하면 동급 신차로 교환해준다고 밝혔다.
◆화재원인은 EGR?
이날 기자회견은 독일에서 날아온 요한 에벤비클러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도 함께했다. 그는 기술적 분석자료를 통해 “화재원인은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 쿨러 냉각수 누수”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화재는 ▲쿨러부분 냉각수 누수 ▲해당 차종의 긴 주행거리 ▲장시간 주행 ▲EGR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 등 4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발생한다. 따라서 주차장에서나 공회전 상태에서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
EGR은 디젤엔진에서 내뿜는 배기가스 중 일부를 다시 엔진의 실린더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가 실린더 내부의 온도상승을 일정부분 억제하면서 같은 양을 연소할 때보다 온도가 낮아지고 질소산화물(NOx)도 덜 발생한다. 따라서 효과를 높이려면 배기가스를 냉각시켜야 하는 것.
에벤비클러 부사장에 따르면 엔진과 관련 시스템이 정상적인 상태일 경우 엔진에서 배기가스가 나올 때 온도는 최대 섭씨 830도다. 이어 쿨링유닛을 통과하며 600도쯤에서 280도로 점점 낮아진다. 이후 EGR파이프에서 150도, 흡기다기관(인렛 매니폴드)에 들어갈 때는 100도쯤으로 식는다.
하지만 뜨거운 배기가스를 식혀주는 쿨러에 문제가 생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번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한 배경. EGR 쿨러를 지나는 냉각수 중 일부가 쿨러 내부로 스며들어 배기가스와 만나 엉겨 붙어 침전물이 생기고 쌓인 양이 늘어나면 흡기관에 찌꺼기가 누적된다. 이 경우 결국 EGR을 그냥 지나치는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데 이때 제대로 냉각되지 않은 배기가스가 흘러들며 관련부품이 과열, 결국 불꽃으로 이어진다.
냉각수는 물과 부동액인 글리콜 화합물로 구성되는데 부동액은 글리콜 성분 때문에 불이 붙을 수 있다. 따라서 EGR 내부에 글리콜 찌꺼기가 쌓였다면 충분히 화재 가능성이 있다.
BMW그룹은 문제가 된 냉각수 누수를 최근에야 결함으로 확정지었다. 2016년에는 관련부품에 단지 구멍이 생기는 것으로만 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다가 지난 6월 냉각수 누수로 인한 문제임을 확정했다. 해당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TFT(태스크포스팀)를 꾸렸고 최근 원인 규명을 했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올 들어 대형화재가 잇따른 시점과 비슷하다.
피터 네피셔 디젤엔진 개발 총괄책임자는 “고온상태에서 부품에 틈이 생겨 이곳으로 냉각수가 흐를 수 있고 당시엔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 화재원인으로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디젤엔진 자체 문제라기보다 EGR쿨러 부위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풀리지 않는 의혹
BMW 측은 EGR 결함으로 인한 화재발생의 글로벌 평균치와 국내 평균치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논란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기저기서 화재가 발생하는데 애써 큰 일이 아니라고 축소하려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 차 엔진룸이 불타는 레벨3급 화재는 전체 화재에서 1% 수준이라는 주장도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화재를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
결국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자 정부는 압박의 강도를 높였고 BMW 측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입장을 밝혔다.
BMW 관계자는 “유럽에서도 화재가 없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사례처럼 단기간에 연속으로 화재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면서 “현재 주원인으로 밝힌 EGR 외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면밀히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화재는 에벤비클러 부사장이 설명한 것처럼 4가지 요인이 맞아떨어져야 발생한다. 하지만 BMW코리아는 고객의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사고차의 주행거리를 밝힐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정비업계와 학계에서는 원가절감의 흔적이 특수상황과 만나 화재사고가 잇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수입차 정비사 A씨는 “특정한 차종의 특정 장치(EGR) 때문에 불이 났고 같은 사례가 이어진 건 설계나 부품 등 기계적 결함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연료직분사방식과 EGR방식의 단점이 원가절감과 만났고 여기에 오랜 기간 지속된 폭염이 더해져 결국 화재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문제가 된 차종들은 냉각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EGR쿨러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은 건 설계상 이점도 있지만 원가절감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BMW코리아는 이달 20일부터 본격적인 리콜을 시작한다. 앞서 문제가 있는 차종은 즉시 EGR쿨러를 신품으로 교체하면서 EGR 파이프의 클리닝서비스를 실시했다. 당장 운행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진단된 차종은 순차적으로 올 연말까지 리콜이 진행된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에 따라 예약 일정이 올해를 넘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소비자 불안과 불만은 지속될 것이란 평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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