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DB
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머니S가 금요일인 10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취재한 결과 실태가 심각했다. 식당과 술집이 많은 지하철 홍대입구역 9번 출구부터 길거리에는 수많은 꽁초가 널부러져 있었다. 출구 바깥을 나서는 순간부터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불금'을 보내려 이곳을 찾은 수백여명의 인파 중 꽁초를 줍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진한 담배 연기에 거리를 걷던 비흡연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시민들은 '간접 흡연'을 피하고자 코를 막고 신속히 발걸음을 옮겼다. 35도가 넘는 여름밤. 쓰레기와 함께 섞인 담배악취는 지독했다.

술집이 많은 홍대 KT&G 상상마당 근처 골목으로 들어가봤다. 지하철역 앞과는 비교되지 않을 많은 양의 꽁초가 보였다. 불금을 맞아 대학생·직장인부터 외국인, 술집 아르바이트생까지 남녀 구분없이 길거리 흡연을 하고 있었다. 거리흡연을 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땅바닥에 꽁초를 버렸다.

◆이들이 담배꽁초를 버리는 이유
10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 /사진=강산 기자

서울시가 이달 1일부터 25개 자치구에 단속원 770명을 투입해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담배꽁초와 같은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는 여전히 넘쳐난다. 매주 금요일마다 25개 자치구를 7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합동단속을 실시한다는 시의 대책이 무색할 정도다.

이들이 바닥에 꽁초를 버리는 이유는 뭘까. 인근 술집 앞에서 만난 대학생 송모씨(22)는 "(꽁초를) 버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쓰레기통이 없는데 어쩌겠냐"며 "꽁초를 버려도 다음날 되면 환경미화원이 치워줄 것이다. (꽁초를 버리는 게)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재떨이에 꽁초를 버려야 하지 않냐'고 묻자 송씨는 "바로 앞에서 술을 마시는데 흡연실을 찾는 것도 일"이라며 "나 한명 안 버린다고 (거리가) 깨끗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송씨의 말처럼 거리의 흡연자들은 본인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하나 같이 웃고 떠들면서 흡연한 뒤 꽁초를 버리고 있었다. 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흡연자에 대한 '배려 부족' 
10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 /사진=강산 기자

그렇다면 담배꽁초 투기를 흡연자의 양심에만 맡겨야 할까. 보다 본질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이와 관련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흡연자를 무시한' 정부의 담배규제가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길거리 꽁초투기'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시민의식도 중요하지만 담배를 피울 곳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만약 인근에 흡연부스나 꽁초 전용 쓰레기통이 있다면 거리투기는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 관계자는 "비흡연자를 배려하기 위해 금연구역을 늘렸지만 정작 애연가들은 배려에서 배제됐다. 흡연자·비흡연자·정부가 모두 나서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올바른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한국의 흡연정책은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2015년부터 모든 음식점에서 전면 금연정책을 시행했고 최근에는 스크린골프장과 당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심지어 지난 1일부터는 흡연카페마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담배와 관련, 지출되는 예산 또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건강증진기금 예산액(사회복지+보건)은 총 3조7342억원이며 지출 총액은 3조3001억원이다. 이 중 금연사업에 지출된 금액은 1469억원으로 지출 총액 중 4.4%에 불과하다. 올해 편성 예산도 147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예산 3조7000억원, 정부단속 미비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근 금연구역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사진=강산 기자

쓰레기투기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날 홍대거리 골목 곳곳에도 담배꽁초 무단투기 금지문이 붙어 있었다. 투기를 잡기 위해 설치됐다는 CCTV 안내문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경고문으로는 문제를 막기 힘들어 보였다. 근처에 경찰과 환경미화원이 서있어도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았다.

현재 환경부는 시·군·구청에 생활폐기물 불법투기 등 환경오염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인터넷으로도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지역 환경·시민단체 회원 등을 불법배출 명예단속원으로 임명해 활용하고, 공익근무요원 등을 생활폐기물 불법배출 단속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단속전담요원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각 지역마다 다소 다르지만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담배꽁초·휴지 등 휴대하고 있는 폐기물을 무단으로 버린 행위는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비닐봉지·천보자기 등을 이용해 폐기물을 버린 행위는 20만원, 차량·손수레 등 운반장비를 이용해 폐기물을 버리면 50만원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엄격하게 단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7년 서울시 무단투기 등 단속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총 4만5108건의 무단투기를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구별 평균 단속 건수는 1804건이지만 구마다 편차가 컸다. 단속 건수 상위 3개구(강남구, 광진구, 관악구)의 평균 단속 건수는 7356건에 달했지만 하위 3개구(성동구, 도봉구, 노원구)는 47건에 불과했다.

꽁초 투기가 흡연자의 양심에 달려있지만 정부의 제도적 노력도 함께 동반돼야 한다. 지난해 국민건강증진기금 예산액이 3조7000억원을 넘지만 서울시가 만든 흡연시설이 4개에 불과했다. 또 서울 일부 구의 경우 한해 단속 건수가 50건 미만인 점을 고려할 때 문제를 방관한 정부에게도 책임은 있어 보인다. 국민건강이라는 명분으로 담뱃값을2000원 인상하고 담배 경고디자인을 도입하는 것보다 꽁초투기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실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