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먹방'(먹는방송) 전성시대다. 인터넷방송에는 2만개에 달하는 먹방 채널이 생겼고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먹방 크리에이터(제작자)도 등장했다. 공중파에서도 먹방이 빠진 방송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먹방의 인기는 최근 불거진 '먹방 규제' 논란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하나의 트렌드가 된 먹방, 그 의미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먹방시대] ① 먹방 가이드라인 필요한가…"자유" vs "건강"


‘먹방 규제’ 논란이 식을 줄 모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부안에 담긴 ‘폭식조장 미디어·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라는 내용 때문이다. 해당 문구 어디에도 ‘규제’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는 대중들의 반발을 사며 먹방 규제 논란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를 반대하는 청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국가주의’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는 규제가 아니라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두겠다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먹방과 비만의 상관관계 증명 못해
국민청원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낸 이들은 해당 대책이 정부의 과도한 규제 시도라고 주장했다. 먹방 크리에이터들의 표현의 자유와 시청자들의 소비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먹방과 비만의 상관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먹방을 문제삼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주의 논쟁도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우리가 어리석은 백성도 아닌데 먹방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건 국가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먹방 크리에이터들의 반발이 거세다. 먹방은 1인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장르로, 인터넷방송의 먹방채널은 2만여개에 달한다. 먹방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경우 이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튜브에서 ‘푸드술리포트’를 진행하는 크리에이터 유나는 “먹방과 비만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규제 같다”며 “먹방을 따라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고 오히려 대리만족을 하는 시청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과에서 최근 6개월 이내 먹방 시청 경험이 있는 시청자 2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리만족'이나 '오락'이 시청 동기인 경우 시청 태도에 영향을 주지만 '식탐'은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에서 '푸드술리포트'를 진행하는 크리에이터 유나. /사진='푸드술리포트'

◆비정상적인 먹방, 가이드라인 필요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먹방이 폭식 등의 위험성을 띠는 만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먹방에서는 고열량·고지방 음식과 매운 음식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주부 현민경씨(43)는 “초등학생 아들이 먹방을 자주 보고 직접 촬영하기도 하는데 모방행동이 우려스럽다”며 “요즘 먹방은 누가 더 많이 먹고 자극적으로 먹냐를 대결하는 수준이다. 무분별한 콘텐츠를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먹방이 아이들의 식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 5월 영국 리버풀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 건강에 해로운 먹방을 본 아동이 동영상을 보지 않은 아이들보다 칼로리 섭취량이 평균 26% 높게 나타났다.

비만관련 학술·전문단체들도 복지부의 대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비만학회·대한영양사협회·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한국영양학회·한국운동생리학회 등은 지난 8일 공동성명을 내고 “비만을 조장, 유발할 수 있는 문화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비만 예방에 필수적”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방송에서 흡연 장면을 중단시킴으로써 금연 효과를 높일 수 있었듯이 폭음·폭식을 조장할 수 있는 방송이나 광고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및 감시를 통해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 이번 대책에 크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외국의 비만 관리 대책은?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외국의 비만세·설탕세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비만세·설탕세는 국가가 비만을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나선 사례다.

미국, 멕시코, 프랑스, 영국 등 전세계 30여개국은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는 설탕세를 도입했다. 올 4월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100ml당 설탕 5g 이상이 함유된 음료엔 1리터당 18펜스(약 300원), 8g이 넘는 음료엔 1리터당 24펜스(약 400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덴마크는 지난 2011년 정크푸드, 패스트푸드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비만세를 도입했다. 다만 주로 저소득층이 해당 식품을 소비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격차를 우려해 시행 1년 뒤 폐지했다.

과거 국내에서도 비만세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는 건강에 이롭지 않은 음식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당시 저소득층의 구매력 악화와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혀 시행되지 않았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는 "많은 나라에서 비만이 초래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방송 통제가 아니라 방송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부와 미디어가 먹방이 초래하는 비만의 문제점을 알리는 노력이 선행됐어야 한다"며 "먹방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방송대상 연령이나 방송횟수, 방송시간대 등에 대한 명시적 제한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