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문화콘텐츠 금융의 큰 손으로서 저력을 과시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가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투자 수익 수십억원을 거둘 전망이다.

올 상반기 기업은행이 투자한 개봉영화는 7건, 그중 5건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영화업계에서 비수기로 불리는 상반기에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가 30%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기업은행이 금융권 영화투자의 성공모델로 자리 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국내은행 첫 문화콘텐츠 부서 설립 


기업은행은 2013년 국내은행 최초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들었다. 미디어 분야 전공자, 연극영화과를 나온 영화 심사역들은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을 직접 찾아보면서 투자할 영화를 선별한다.

대본이나 시나리오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 감독, 배우, 소재 호감도, 제작사 역량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한다. 은행이 대출이나 투자에 나설 때처럼 분석에 신중한 것이다.

투자 분야는 영화를 비롯해 방송, 공연, 음악, 게임 등 다양하다. 특히 영화는 2016년 <검사외전>(971만명), <부산행>(1157만명), <인천상륙작전>(705만명), <터널>(712만명), <밀정>(750만명), <럭키>(698만명) 등 흥행에 성공한 사례가 많아 투자 성과가 두드러진다.


기업은행은 영화 <신과 함께>에 직접투자 10억원, 투자조합을 통한 간접투자 10억원 등 총 2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영화 제작비 410억원 중 약 5%에 해당한다. <신과 함께> 1·2편의 합계 손익분기점은 1200만 관객으로 이미 1편이 관객 1441만명을 기록했다. 앞으로 2편 관객 수는 모두 수익으로 잡힌다.

가령 2편이 1편(1157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면 기업은행이 지분율에 따라 거두는 수익은 투자 원금 대비 2~3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해외 및 IPTV 등 부가판권까지 포함하면 수익은 더 늘어난다.

김도진 행장의 영화 사랑도 남다르다. 김 행장은 지난해 1월 문화콘텐츠산업 전담부서 등 관련 조직을 기업투자은행(CIB) 그룹에 편입시켜 투자실행부서와 연계하도록 했다. 덕분에 심사부터 투자실행까지 속도가 붙어 문화콘텐츠 투자로 비이자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사진=기업은행
올 상반기 기업은행의 비이자이익은 803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7% 늘었다. 이자이익 증가율(8%) 보다 높은 수치다.
쌍천만 영화를 알아본 김 행장의 통 큰 투자도 수익 창출에 한몫했다. 우리나라 영화 최대 규모인 4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신과 함께>는 초기에 투자인기가 시들했지만 기업은행이 선제투자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나아졌다.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사업에 2011~2013년 5296억원, 2014~2016년에는 1조1208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4404억원을 지원했고 올해와 내년에 각각 4000억원씩 3년간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금융투자 지원 대상 다양화해야  

승승장구하는 기업은행의 문화 콘텐츠 투자에도 아쉬움은 있다. 기업은행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문화콘텐츠 투자가 직접투자에 쏠려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크라우드펀딩 등 투자방식을 늘리고 독립영화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흥행성적이 보장된 블록버스터 영화에만 투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이 상업영화 투자에만 매달려 있다고 비난 받는 이유다.

영화산업은 금융권 지원이 절실한 분야다. 은행이 영화에 투자하면 제작사에 직접 금융을 지원하고 투자조합을 결성해 간접투자도 이뤄질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경쟁력을 갖춘 문화콘텐츠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다각화된 금융 지원과 산업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문화콘텐츠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이렇게 투자하면 성공


지금까지 국내 영화투자는 벤처캐피털 중심의 투자조합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은행이 크라우드펀딩으로 개인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영화 관련 금융상품을 특판으로 내놓으면서 간접투자도 가능해졌다.

영화 예·적금은 가입 고객이 영화를 보러 갈 확률이 높아 영화흥행을 기대할 수 있고 손익분기점을 넘지 않아도 원금을 날리는 손실을 볼 우려가 없다. 반면 영화 펀딩은 개봉 후 최종 관객 수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반대로 밑돌면 손실이 날 수 있다. 펀딩은 목표액 달성 여부와 흥행 실적 사이에 갭이 발생해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영화는 개봉 전에는 제한적인 정보밖에 접할 수 없어 막연한 흥행을 기대하고 투자하긴 무리가 있다. 2016년 IBK투자증권이 진행한 독립영화 '걷기왕'의 펀딩은 개시 2시간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지만 최종 관객 수는 9만명대에 머물러 흥행에 실패, 손익분기점인 45만명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해당 펀딩 참여자들은 마이너스 80% 수준의 손실을 봤다. 

은행 관계자는  "영화 흥행에 보증수표는 없지만 제작사, 감독, 주연 배우, 조연 배우, 배급사, 최근 국제 정세, 극장 관객 동원 사이클 등 흥행 요소들을 분석할 능력도 갖춰야 한다"며 "특히 스크린 확보가 쉬운 배급사가 관객 동원 능력도 높기 때문에 배급사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5호(2018년 8월29일~9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