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세입자 A씨의 푸념이다. 내 집 없는 것도 서러운데 전셋값이 치솟자 도리가 없다며 한숨짓는다.
치솟는 서울 전셋값은 A씨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다양한 부동산대책으로 시장을 압박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집값은 계속 뛰고 덩달아 전셋값도 상승해 서민의 셈만 복잡해졌다. 가을 이사철까지 겹쳐 수요가 폭증해 전셋값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지경이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수급 안정을 위해 공공택지 30곳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매매가 상승세와 더불어 오름세를 탄 전셋값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규제 무용지물… 치솟는 전셋값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수차례 발표된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매주 반복된다. 규제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57% 올라 지난 2월 첫째주 0.57%에 이어 다시 한번 연중 최고치를 보였다.
특히 재건축아파트값은 여전히 강세다. 재건축아파트값은 전주 0.26%의 상승률에서 0.47%로 상승폭이 크게 늘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성북 0.91% ▲양천 0.90% ▲은평 0.88% ▲강동·중구 0.76% ▲중랑 0.74% ▲동대문 0.71% ▲노원 0.68% ▲서초 0.63% 등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급등했다.
매매가 상승은 전셋값 상승도 견인한다. 같은 기간 서울 자치구별 전세시장은 ▲중구 0.37% ▲종로 0.36% ▲강동·강북 0.26% ▲서초·성북·은평 0.20%% 상승하며 역시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올랐다.
한국감정원 자료에서도 계속되는 전셋값 상승세가 확인된다.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0.07%)보다 상승한 0.09%로 상승폭을 넓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까지 전년 말 대비 0.54% 떨어지며 안정화를 보였지만 7월 들어 다시 오름세로 전환됐다.
이는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집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겹치면서 상승세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용산·여의도 개발계획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도 규제지역을 확대한 데 이어 후속 대책을 시사하며 시장 모니터링에 나섰다.
반면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시장 분위기는 정부 규제에 반발이 큰 데다 규제에 대한 내성도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규제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시장 흐름이 늘 규제를 덮어버리니 집값이 잡힐 리 있겠냐”고 분석했다.
매매가 상승과 더불어 치솟는 전셋값이 안정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추가 규제 카드를 내밀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를 신규 투지지역으로 지정했다. 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4개구는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자치구별 주택가격 상승률은 ▲동작구 0.56% ▲중구 0.55% ▲동대문구 0.52% ▲종로구 0.5% 등이다.
해당 투기지역은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는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재건축 조합원당 재건축 주택공급수 제한(1주택) ▲분양권 전매제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 적용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10%포인트 가산, 가구당 주택담보대출 1건 제한 등의 규제가 더해진다.
정부가 추가 규제안을 내놨지만 시장이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오를 곳은 오른다는 심리가 팽배한 데다 ‘똘똘한 한 채’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인기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역효과가 생겨나서다.
정부는 추가 규제에 더해 주택 공급확대 계획도 밝혔다. 수도권 내 30만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신규 공공택지 30여곳을 추가 개발하겠다는 것.
먼저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 30여곳에 공공택지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 2022년까지 전국 40여개 택지지구에서 10만가구 규모의 신혼희망타운을 조성할 방침이다. 택지지구 조성 비중은 수도권 70%, 지방은 30%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공급량이 늘면 전셋값이 자연스레 내려갈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 하반기만 해도 송파구 일대에 9500여가구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는 데다 경기권 아파트 공급량이 쏟아지는 등 물량공세에 따른 안정화 분위기는 감지된다.
다만 헬리오시티가 인기지역인 서울 송파구인 만큼 수요가 쏠릴 경우 경쟁률이 높아져 전셋값이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수도권에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기조가 아니라 2022년 이후 사용할 택지에 대한 선제 대응과 혹시 모를 공급부족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는 장기가 됐건 단기가 됐건 공급량 확대 계획이 전셋값 안정화의 해답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남수 신한PWM 도곡센터 PB팀장은 “공급 확대 계획만으로 전셋값을 잡긴 어렵다. 주택이 공산품처럼 바로 찍어내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냐”며 “특히 수도권이라도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만 늘려 봤자 가격을 잡기는커녕 빈집만 늘어난다. 적절한 공급 가능지역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7호(2018년 9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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