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주요 정책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서울 집값 과열이라는 암초에 걸렸다.
도시재생 뉴딜은 대규모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 방식이 아니라 노후주택을 가진 서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최근 서울 전역이 집값 폭등으로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도시재생뉴딜이 또다른 부동산투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투기지역이나 인근 부동산 과열지역의 경우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일단 보류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이던 10개 사업지 중 7개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노후주택 주민의 불편이 지속되고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만의 '도시재생모델' 필요
정부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2018년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안'을 의결, 서울 7개 사업지를 선정했다. 당초 계획이었던 ▲종로 세운상가 ▲장한평 중고차시장 ▲독산동 우시장은 사업을 보류했다. 이들 3개 사업지는 최근 정부가 신규 지정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와 가깝다.
이 총리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부동산시장 과열을 야기해서는 안된다"며 일부사업을 보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도 7개 사업지 역시 부동산과열 신호가 나타나는 즉시 사업을 취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층 주거지는 환경이 열악해 아직 집값이 싸고 도시재생을 해도 급등할 우려가 적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부동산과열을 우려한다. 정부가 올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시행하면서 수요는 그대로인데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양지영R&C연구소가 최근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서울 집값상승률은 4.73%를 기록해 지난해 1년 동안 오른 상승률 4.69%보다 높았다.
서울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 무엇이든 사겠다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걸려올 정도로 서울 전역이 투기로 몸살을 앓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노후주택 밀집지역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6월 용산에서 준공 60년 넘은 4층짜리 노후건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 안전문제가 더욱 불거진 상황이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 주거지 면적 313㎢ 중 저층 주거지는 약 3분의1이며 이중 20년 이상 노후주택은 72%, 33만2731개에 달한다.
이번에 선정한 7개 사업지 대부분은 이런 노후주택 환경개선과 연관이 깊다. 이를테면 강북구 수유1동은 20년 이상 노후주택이 전체의 72.3%로 이번 도시재생뉴딜 지정에 따라 집주인이 수리를 원할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서대문구 천연동·충현동 일대는 구역별 쓰레기 거점공간을 조성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집수리를 위한 공구대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주민 안전을 위해서는 도시재생이 시급한 상황인데 부동산과열이라는 장벽 때문에 기본적인 환경개선조차 못한다면 문제"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서울형 도시재생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소규모 개발이라도 일부분 집값 상승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 내 집값 양극화를 줄이는 계기가 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