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설립한 건설 1세대 성지건설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 건설업계가 술렁인다. 성지건설은 1995년 코스피에 입성한 중견건설사다. 성지건설은 최근 상장폐지를 계기로 외부감사인인 EY한영과 법정시비가 붙었고 대주주의 자금횡령 의혹 사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의문의 자금유출, 대주주 의심정황


성지건설은 건축·토목 공사와 아파트 분양 등의 건설사업을 한다. 올해 시공능력 평가금액과 순위가 각각 1341억원, 182위다. 올 2월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시공한 건설사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지만 일반에 널리 소개된 건 두산그룹 일가와 관련이 있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은 형제 간 경영권분쟁에서 밀려나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 재기를 꿈꿨다. 하지만 성지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난이 악화돼 인수 2년 만인 2009년 박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비운의 회사다.

이후에도 성지건설은 법정관리와 인수합병(M&A)을 반복하며 아파트브랜드 ‘칸타빌’을 보유한 대원그룹, 아이비팜홀딩스 등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해 성지건설을 새로 인수한 통신장비 및 화장품업체 엠지비파트너스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주를 지속하고 매출을 늘렸다.

성지건설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약 95억원 증가한 1111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34억원, 17억원 늘었다. 한영은 지난 3월과 8월 각각 지난해 회계연도와 올 상반기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냈다. 의견거절은 재무제표 작성이 회계기준을 어긴 경우에 나온다.


한영은 의견거절의 근거로 ▲공사계약 이행보증금 명목의 150억원 유출 ▲유상증자(신주를 발행한 자금조달) 250억원을 통한 회사 주식취득 ▲2016년 전환사채(회사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자금조달) 발행 ▲공사계약금에 대한 수수료 32억원의 비용처리 ▲대주주 차입금에 대한 담보제공 및 지급보증 등의 과정에서 회계관리가 불투명했던 점을 지적했다.

한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자금 대부분은 최대주주인 엠지비파트너스로 흘러들어갔다. 성지건설이 엠지비 대표인 박준탁 개인에게 10억원을 출금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영 관계자는 “성지건설이 A법무법인에 계약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자금에 대해 조회서를 보내 법무법인 측 답신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법무법인이 아닌 엠지비 임원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한국거래소 앞에서 성지건설 소액주주들이 상장폐지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머니S DB

◆감사보수 부풀리기 위한 의도적 재감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성지건설은 지난달 13일 상장폐지가 결정, 1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주주가 주식을 매도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정리매매 기간을 부여받았다. 4일 시장에서 퇴출된다.

성지건설 소액주주와 경영진은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 반대시위를 지속했다. 성지건설은 금융감독원에 한영의 감리를 청구하고 검찰에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다. 법원에도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며 법적대응했지만 가처분신청은 기각됐다.

성지건설은 회계처리에 대한 소명기회가 부족했고 오히려 한영 측이 감사보고서에 잘못된 정보를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성지건설은 고소장을 통해 “감사팀이 현장에 나온 건 지난 8월1일 하루뿐인데 10차례 이상 경영진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허위사실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또 한영이 본감사보다 20배 비싼 재감사비용을 수수하려고 의도적인 의견거절을 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머니S>는 성지건설 관계자의 직접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 두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최대주주인 엠지비파트너스 복수의 관계자는 “담당자가 외출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 “성지건설과는 별개의 법인이라 그쪽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답변을 각각 내놓았다.

성지건설 측 변호인은 “자금횡령은 법률적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감사보고서는 회계보고서인데 자금횡령을 의심하는 취지로 작성했고 가장납입을 인정하면 적정의견을 주겠다는 뉘앙스의 답변을 강요했다. 재판청구권이나 무죄추정의 원칙 등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성지건설과 엠지비파트너스는 직원수가 각각 134명, 5명인 회사다. 엠지비는 성지건설 지분을 39.64% 보유했고 박준탁 대표의 개인회사다. 매출액은 2016년 기준 27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