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어교육도시는 ‘맹모’를 겨냥한 대표 단지다. 이곳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보성·신평리 일원 379만598㎡ 부지에는 2008~2021년까지 국제학교 7곳(학생 수요 9000명), 영어교육센터, 외국교육기관, 주거 및 상업시설 등이 건설된다. 자녀교육에 매진하는 맹모들에게 도시 콘셉트 자체가 ‘영어’인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천혜의 자연환경인 제주 곶자왈도립공원을 품은 정주형 교육도시라는 점도 맹모의 거주 욕구를 자극한다.
다만 대중교통이 부족한 외지라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또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대형병원 등 각종 편의시설도 차로 1시간 거리라 ‘영어교육’을 제외하면 도시 자체가 품은 매력이 반감된다. 개발 완료까지 약 2년을 남긴 현재의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입주민과 외부인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쾌적한 자연환경, 상권은 잠잠
최근 제주공항에서 차를 몰고 제주도의 서남쪽에 위치한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찾았다.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이 훌쩍 넘을만한 거리다.
제주영어교육도시로 향하는 도로주변에는 산과 들, 밭이 가득해 도시를 벗어난 상쾌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정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도로를 달려 도착한 목적지 역시 제주 곶자왈도립공원과 붙어 있어 자연환경이 쾌적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입주한 아파트가 가장 먼저 보였다. 또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와 빌라, 단독주택, 상가도 눈에 띄었다. 계획도시라 그런지 도시 내 건물 구성이나 구획 등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열린 한 영어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무리 지어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고 영어강사로 보이는 외국인도 자주 목격됐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영어교육인프라가 조성되는 만큼 뛰어난 미래가치가 기대된다”며 “자녀의 우수한 영어교육이 가능한 데다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문의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상권은 잠잠했다. 대부분 아직 임차인을 찾지 못해 텅 비었고 편의점, 식당, 커피숍, 치킨집 등 일부 가게만 단지 앞에 듬성듬성 들어섰다. B식당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적어 아직 상권이 활발하지 않다”며 “가끔 주변 아파트 입주민이나 인근 공사현장 인부들이 이용하는 것 말고는 대체로 침체됐다”고 귀띔했다.
◆반쪽 입지에 불균형 개발
공인중개업소에서는 문의가 활발하다며 장점을 설명했지만 상권이 잠잠한 이유는 분명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산과 들뿐인 ‘외딴섬’ 같아서다. 직접 찾은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앞으로도 외진 입지가 발목을 잡을 것처럼 보였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한라산 자락의 넓은 들판에 ‘영어’라는 주제 하나만으로 조성된 계획도시다. 하지만 각종 영어교육인프라만 들어서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고 생활편의시설도 부족하다.
제주영어교육도시와 가장 가까운 번화가는 중문관광단지와 서귀포시다. 제주도 남쪽에서 가장 번화한 두 곳은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졌지만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차로 30~40분이 걸린다.
가장 큰 번화가인 제주시와는 직선거리로 30㎞ 이상 떨어졌고 차로 이동해도 1시간가량이 소요된다. 또 제주공항 주변의 교통 혼잡을 고려하면 제주시와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심리적 거리감은 1시간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 C씨는 “너무 외진 곳이라 밤이면 어두컴컴하고 으슥한 기운이 감돌아 나가기 무섭다”며 “아무리 영어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된 곳이라도 주거와 생화편의시설의 불균형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단지에 사는 입주민 D씨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제주시나 서귀포시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져 교육에 대한 열의 없이는 버티기 쉽지 않다”며 “처음 이주했을 때 아이들도 많이 힘들어해 적응하기까지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를 둘러본 한 학부모도 전체적으로 혹평했다. 서울 신당동에 사는 E씨는 “가족과 여행을 왔다가 호기심에 둘러봤는데 입지나 단지 구성 등이 모두 실망스럽다”며 “제주는 관광도시 이미지가 강한데 생뚱맞게 영어교육을 접목시켜 부자연스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5호(2018년 11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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