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은퇴자들에게 제2의 직업으로 각광받던 '공인중개사'가 포화시장에 내몰렸다. 취업불황과 부동산시장 호황으로 시험 응시자 및 합격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부동산 거래환경은 스마트폰앱 등의 플랫폼 다양화로 수수료수익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기존 공인중개사업계는 정부에 시장규모 조정 등을 요구하며 수험생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 주관 측이 공인중개사 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고 난이도를 높였다는 의혹을 제기,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는 등의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인다.
◆취업불황·부동산호황에 '시장포화'
공인중개사 시험은 1년에 한번 10월 마지막주 토요일 실시된다. 1·2차로 구분되며 절대평가 방식이다. 100점 만점에 과목당 40점 이상, 전체 5개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면 합격이다.
올해 공인중개사시험은 응시자 수가 1·2차 합산 32만2591명을 기록했다. 1·2차 동시 응시자를 감안하면 실제 수험생은 약 22만명으로 예상됐다. 응시자 수는 2015년 15만8659명에서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3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청년층인 20·30 응시자 수가 8만1727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1.5%를 차지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는 40만6072명에 이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올해 1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당 거래건수는 평균 9.3건에 불과했다. 한달 평균 거래건수가 한건을 넘지 못하는 것. 약 1만5465명은 폐업했다.
지난 27일 제29회 공인중개사시험이 치러진 가운데 이날 하루 동안 인터넷에서는 시험 난이도를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기사 댓글에는 '사법고시급 문제였다', '긴 지문을 읽을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등의 후기가 올라왔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인중개사 재시험을 검토해달라'는 글이 게재돼 9000여명이 참여했다. 실제로 공인중개사 재시험이 치러진 사례가 있다. 2004년 실시된 제15회 공인중개사시험은 난이도가 높아 합격률이 1% 이하를 기록했다. 당시 응시자들 반발에 따라 다음해 5월 재시험이 치러졌다.
그러나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은 시험의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시험 난이도를 인위적으로 높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합격률을 보면 ▲2013년 25.0% ▲2014년 19.6% ▲2015년 25.6% ▲2016년 31.1% ▲2017년 31.0% 등으로 특별히 떨어지는 추세는 아니다.
마침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절대평가 대신 상대평가 시험방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대책을 통해 시장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건의한 상황. 이를 두고 기득권자들의 파이감소를 우려한 '갑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시험 응시자 박모씨는 "학원에서도 갈수록 시험 난이도가 높아지니 모의고사 점수를 기준으로 안심하면 안된다는 말을 한다"면서 "기존 공인중개사들과의 형평이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만약 시험방식 변경이나 난이도 조절을 통해 합격자 수를 인위적으로 줄여야 한다면 기존 공인중개사들 역시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며 "급변하는 부동산정책과 거래환경을 감안하면 자격증시험 자체를 갱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