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사의 가을./사진=한국관광공사(울산광역시청 제공)

온 산하가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루는 계절이다. 북쪽에서 차례로 내려오던 단풍의 향연은 10월 말이면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울산 산악의 주봉인 가지산까지 이어진다. 산을 휘감아 흐르는 붉은 물결은 가지산 입구에 자리한 석남사에서 절정을 이룬다.
국내 최대의 비구니 수도처로 유명한 석남사는 신라 헌덕왕 때 창건된 사찰로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됐다가 1957년 비구니 인홍(仁弘) 주지스님 부임 이후 중수중창을 거치며 지금과 같은 고즈넉한 모습을 갖게 됐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나무 숲 가운데 자리한 사찰은 소박한 느낌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가 세속의 때에 물든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어준다. 

대웅전 맞은편에 세워진 삼층 석가사리탑 주위로 천천히 탑돌이를 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윗자락부터 기세 좋게 내려온 단풍들마저 이 작은 산사에서는 평온함에 취한 듯 한참을 머무르다 간다.


반구대./사진=한국관광공사(울산광역시청 제공)

석남사 바로 아래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되도록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가기를 권한다. 계곡을 따라 단풍으로 곱게 물든 길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준다. 길 끄트머리에서 산사를 잇는 아치형 작은 돌다리도 무척 운치 있다.

석남사에서 멀지 않은 반구대 암각화도 단풍 명소로 소문난 곳이다. 계절의 끝자락, 마지막 아름다움을 피워낸 단풍들이 암각화로 가는 길목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수목이 무성한 오솔길을 따라 가볍게 트레킹하기 좋다. 반구대 암각화는 약 7000~3500년 전의 수렵과 어로생활 등이 바위에 새겨진 국보 제285호 유적지다.
단풍이 화려한 가을을 맛보게 한다면 억새는 보다 잔잔하게 가을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를 넘어가는 간월재는 억새 군락지로 이름난 울산 지역의 이색 가을 명소다. 해발 900m 이상의 고지대에 펼쳐진 드넓은 억새 평원이 단풍과는 또 다른 가을의 멋을 느끼게 해준다.

간월재 억새./사진=한국관광공사(울산광역시청 제공)

등억온천단지 부근 임도를 따라 2시간가량 오르면 간월재 억새 평원에 닿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이 계속되는 길이어서 한번에 바짝 오르기보다 천천히 쉬면서 가자. 산 정상에 있는 휴게소 외에는 중간에 아무것도 없으므로 물과 간단한 간식을 챙겨 가면 좋다.
간월재에 닿으면 누구나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그간의 수고로움은 그대로 흩어져 버린다. 반짝이는 햇빛 아래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들이 신이 뿌려놓은 은하수 별빛처럼 빛나고 활짝 핀 억새꽃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포근하다. 흐드러지게 핀 억새밭 품에 안긴 사람들의 표정에는 평화로움이 깃든다. 억새 군락지 사이로 나무 데크 탐방로가 조성돼 한결 편안하게 가을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단풍과 억새에 한껏 취하고 난 뒤에는 푸른 바다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울산에 왔다면 한번쯤 가봐야 할 곳이 장생포고래박물관이다. 장생포는 예전 고래잡이의 전지기지였던 곳으로 박물관에는 갖가지 고래 관련 유물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범고래와 브라이드고래의 실제 골격은 바다생물에 대한 궁금증과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킨다. 1986년 포경 금지 이후 사라진 옛 고래잡이 풍경과 도구들도 둘러볼 수 있다.

고래생태체험관 해저터널./사진=한국관광공사

고래박물관 바로 옆에 자리한 고래생태체험관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돌고래가 물속을 유영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해저터널과 돌고래수족관이 특히 인기다.
박물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신화(新和)마을이 있다. 1960년대 석유화학단지가 건립될 당시 매암동 주민들이 집단 이주하면서 형성된 신화마을은 ‘2010 마을 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울산을 대표하는 벽화마을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친구2’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대왕암공원./사진=한국관광공사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중심으로 갈래 골목마다 테마별 벽화가 그려져 관람 동선도 편하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라면 미술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다. 마을 중앙에 있는 신화예술인촌에 해설사가 상주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비용은 무료이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울산의 대표 명소인 대왕암공원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울기등대를 비롯해 대왕암, 용굴, 탕건암 등 바다 위에 솟아난 크고 작은 기암괴석이 볼거리다. 육지와 연결된 교량을 이용해 대왕암까지 건너갈 수 있으며 그곳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대왕암 가는 길에 만나는 수령 100년이 넘는 1만5000여 그루의 아름드리 해송들도 장관이다.

대중교통(서울-울산) 정보

▲기차
KTX 하루 34회(05:10~23:00) 운행, 약 2시간20분.


▲버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32회(06:00~24:35) 운행, 약 4시간20분.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동대구 JC→대구부산고속도로→밀양교차로→밀양대로→24번 국도→덕현교차로에서 석남사 방면 →석남로→석남사

<자료 및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