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통합은행의 마지막 단추로 여겨지는 임금통합 작업에 진통을 겪고 있다. 

노사는 공동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지난 9월 통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임단협도 지지부진해 올해 안에 임금통합안을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외환·하나은행 급여차 좁히지 못해


KEB하나은행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서울지역을 시작으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통합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이달 말까지 수도권과 지방지역에서 설명회를 열고 노조원들의 의견을 사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노사가 임금통합안 마련에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급여차이다. 경조사나 휴가 등 복지제도를 비롯해 직책, 승진제도 등 인사제도는 일정부분 협의가 진행됐지만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직원의 급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현재 KEB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직원의 임금체계를 따로 관리한다. 두 은행은 임금테이블이 달라 같은 직급 직원이 급여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합병 전인 2014년 기준 외환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으로 하나은행(7300만원)보다 700만원가량 높다. 사측은 통합 후 직무수당을 올리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으나 급여차이는 여전하다. 노조는 하나은행 직원의 급여를 외환은행 수준으로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을 지급할 때도 의견이 충돌한다. 지난해 4월 KEB하나은행 노조는 ‘100억원가량의 특별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KEB하나은행이 통상임금 100%에 해당하는 이익배분제 성격의 보너스를 지급했는데 외환은행 직원들은 매년 4월에 받던 근로자의 날과 가정의 달 보너스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노사공동 TF가 직원의 임금통합을 위해 활발히 논의 중”이라며 “노사가 4분기 중 통합안을 마련하면 내년 1월 시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합은행의 임금통합은 숙명이다. 각기 다른 급여·인사제도를 일원화하는 작업은 노사합의가 원칙으로 장기간 논쟁이 뒤따른다. 은행권의 성공적인 통합사례로 꼽히는 신한·조흥은행도 임금통합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한은행은 노조 합의로 통합합의서에 지주사 임원 수를 출신별로 동일하게 맞췄다. 동일한 직급에선 평균연차 3년이 높은 조흥은행 직원을 우대해 승진 기회를 부여했다. 당시 신한은행 직원이 반발했지만 사측은 “변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대승적인 판단을 내렸다. 조흥은행 임직원의 임금인상도 화학적 결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의 급여 수준을 1년 반 만에 동일한 수준으로 올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합은행이 출신의 간극을 줄이려면 일부 희생이 뒤따르는 화학적 통합에 나서야 한다”며 “임금통합 후에는 신규채용을 늘려 출신을 따지는 문화를 희석시키는 후속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영주 행장 악재 딛고 연임갈까

KEB하나은행의 임금통합안 마련 여부가 내년 3월로 임기를 마치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노사가 임금통합에 합의하려면 경영진의 인사철학 등 지속성이 요구돼서다.

함 행장은 지난 3년간 초대 통합은행장을 맡아 외환·하나은행의 전산시스템을 합치는 물리적 결합을 이끌었다. KEB하나은행이 출범 후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개선도 견인해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며 임기를 2년 연장했다. 임기만료를 5개월 앞둔 함 행장이 조직 통합의 최대 걸림돌인 임금통합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면 한번 더 연임을 노려 볼 수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 사진= 머니S DB

KEB하나은행은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한 1조7576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외환은행 통합 이후 누적기준 사상 최대치다. 3분기 순이자마진은 1.55%로 직전분기보다 0.02%포인트 낮아졌지만 이자이익(3조9252억원)과 수수료이익(6431억원) 등 3분기 누적 핵심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었다. 하반기에도 최대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 함 행장의 경영능력은 이미 입증됐다. 

지난 3월 3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의 관계도 돈독하다. 함 행장은 영업능력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함 행장 선임 후 김 회장은 친정체계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다만 채용비리 문제는 함 행장의 연임에 변수다. 함 은행장은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받고 총 지원자 9명을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 남녀비율을 4대1로 맞춰 차별 채용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함 행장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법률상 면접관은 피해자가 될 수 없고 채용 기준도 사기업의 자율 권한”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상태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함 행장이 불확실성 해소에서 벗어나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KEB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반기 채용비리 문제로 사측과 임금통합안 마련에 시간이 더 걸렸다”며 “함 행장이 통합 후 화학적 결합을 강조한 만큼 임금통합안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8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