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세그웨이로 대표되는 개인교통수단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향후 5년 뒤 20만~3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커지는 시장 규모에 비해 관련 기준 마련은 더딘 상황. 이에 머니S는 개인교통수단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관련 법안에 대해 살펴봤다. 또 대여업체에서 기준을 잘 지키고 있는지 직접 파헤쳐봤다.<편집자주>

[전동킥보드 괜찮나] ① 안전장비 없이 타는 사람들 


개인교통수단./사진=뉴스1

지난 9월 횡단보도를 건너던 결혼 6년차 여성 A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A씨는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한달 뒤 사망했다. 전동킥보드에 부딪혀 보행자가 사망한 첫 사례였다. 당시 운전자는 무면허 상태였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이동수단. 전동킥보드는 요즘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배기량 50cc 이하 원동기와 같은 취급을 받아 일반도로에서만 운전할 수 있다. 인도나, 자전거·자동차 전용도로, 고속도로에서는 운행이 불가하다.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나 자동차 운전면허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 시민이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사진=심혁주 기자

◆인도·도로 질주하는 전동킥보드…"위험해 보여"
현재 길거리에서 전동킥보다를 타는 사람들은 인도와 도로를 가리지 않고 안전모 등 안전장치도 없이 달린다. 면허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약하다.

지난 21일 용산구 숙명여대입구역 인근에서는 한 여성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인도를 질주했다. 그는 이렇다 할 안전장비도 없었다. 주변에 있던 시민 유모씨(23·여)는 “밤이라 잘 보이지도 않는데 부딪히면 어쩌려고 저렇게 다니는지 모르겠다. 운전자도 보행자도 모두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운전자도 불만이다. 지난해 말 차량을 구입한 초보운전자 김모씨(34·여)는 “도로를 달리다가 차선 변경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사람이 지나가서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전동킥보드더라. 너무 위험해 보였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교통수단(퍼스널 모빌리티) 교통사고로 124명이 다치고 4명이 숨졌다. 2014년 40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안정장치가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상해가능성도 높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충돌 검사 결과 전·후방, 측면 추돌시 대부분의 경우 전동킥보드 상해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후방추돌시 전동킥보드 상해가능성이 가장 높게 나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관련 법·제도는 요원한 상황이다. 관련 보험도, 지침도 허술한 상황에서 규모만 커지고 있다. 현재 개인교통수단 중 전기자전거만이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법률개정으로 올해부터 최고시속 25km 미만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나머지 이동수단에도 운행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단속도 쉽지 않다. 경찰관계자는 “전동킥보드는 ‘차량’에 해당하지 않아 인도나 자전거도로 운행이 불가하다. 다만 전력기준이나 속도 등의 규정상 복잡한 부분이 많아 단속이 어렵다”고 전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업체 디디고./사진=뉴스1

◆싱가포르, 헬멧·조명 의무화… "한국도 제도 완비돼야"

해외에서는 이용연령 제한, 제동장치 장착 의무화, 헬멧 등의 보호장구 착용 의무화 등을 통해 안전을 확보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운행안전에 대한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이용자와 판매자 모두 현행 법·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은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해 개인교통수단의 도로 이용을 허용했다. 다만 허가 대상 기기를 안정성이 확인된 제품으로 한정한다. 반면 영국, 호주, 일본, 중국 등은 개인교통수단의 도로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는 조명장치 설치를 의무화했고 설치가 불가능할 경우 야광조끼나 헬멧, 조명등을 사용하도록 했다. 네덜란드는 원동기장치가 장착된 교통수단에 대해 번호판 부착의무가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7년 개인용 교통수단 규모를 7만~8만대로 추산했다. 관련 규제가 완비되면 향후 5년 뒤 20만~30만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구원은 ‘개인교통수단 보급확대에 따른 대응방향’에 대해 “정부의 관련 법·제도가 완비되기 전까지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무분별한 운행은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기적인 규제와 함께 앞으로 자연스럽게 계속 늘어날 다양한 형태의 개인교통수단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운행지침 마련 등 교통환경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