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의 주인공 장영자가 최근 사기혐의로 또다시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사기이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경제는 유통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했던 장영자, 그는 어떻게 기업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할 수 있었을까.
1980년대 초반 많은 기업은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고액의 사채를 썼다. 당시 장영자는 수백억원의 자금으로 증시와 사채시장에서 활동하며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불렸다.
장영자는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회사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들고 찾아간다. 그가 내건 조건은 ▲차입한도 100억~200억원 ▲연리 22% ▲2년 거치 3년 상환 등으로 당시로선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파격조건을 제시한 뒤에는 기업들을 입단속시켰다. 중앙정보부 차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남편 이철희(당시 59세)의 경력을 거론하며 "특수자금이니 비밀을 지키라"고 말한 것. 이철희는 당시 최고권력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이순자 여사의 삼촌)인 이규광(당시 광업진흥공사 사장)의 아랫동서였다.
이철희·장영자 부부는 이런 배경을 활용해 6개 기업에 대출을 해줬다. 이들 부부는 기업들에 차입금의 2배에 해당하는 약속어음을 담보로 교부해달라고 요청한 뒤 이 어음을 사채시장에서 할인해 현금화하거나 다른 회사 어음과 교환했다.
그들은 이렇게 모은 돈을 재차 기업에 빌려주고 어음을 받는 거액의 사채놀이를 했다. 이런 방식으로 장영자·이철희 부부는 빌려준 돈보다 몇배나 되는 돈을 벌었다.
장씨에게 자금을 빌린 기업은 ▲공영토건 ▲일신제강 ▲라이프주택 ▲삼익주택 ▲태양금속 ▲해태제과 등이었다.
결국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982년 5월4일 외국환관리법 위반혐의로 이철희·장영자 부부를 구속했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명동 암달러시장과 캘리포니아에서 80만달러를 모았다고 발표했지만 조사과정에서 이들의 광범위한 사기행각이 하나씩 드러난다.
특히 공영토건으로부터는 빌려준 현금의 9배나 되는 1279억원의 약속어음을 받아냈다. 이들이 사채시장에 유통시킨 어음은 6400억원 규모로 이 중 약 1400억원을 착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부부의 사기행각은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로 불리며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장씨는 "경제는 유통이다"라는 유명한 말로 자신의 사기행위를 항변했다. 그러나 장씨에게 대출받은 기업 중 일신제강과 공영토건은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났다.
청와대 배후설이 퍼진 가운데 이철희·장영자 부부를 포함해 은행장 2명, 기업인 6명, 사채업자 3명 등 29명이 구속됐다. 11개 부처 장관을 포함해 많은 공직자도 경질됐다. 금융거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시중 자금 흐름이 마비되자 한국은행은 긴급자금 1000억원을 방출하기도 했다.
법정 최고형인 15년형을 선고받은 이철희·장영자 부부는 10년 가까이 옥살이를 하고 풀려났다. 하지만 장씨는 1994년 100억원대 어음 사기사건으로 또다시 구속돼 복역했고 2001년 5월에도 220억원대 구권화폐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되면서 다시 수감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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