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기장군지역위원장.
4년마다 한번씩 치러지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두번째로 찾아왔다. 농협 1113곳에 수협 90곳, 산림조합 140곳까지 모두 1343곳에서 임기 4년의 조합장을 뽑는다. 유권자 수는 267만명으로 조합 1곳당 평균 2000여명꼴이다. 후보 등록은 오는 26~27일, 선거운동 기간은 28일부터 3월12일까지다.문제는 이 조합장 선거가 매번 불법과 탈법,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유권자가 아닌 특정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대중의 무관심 속에 철저히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금품 향응과 매표 행위, 유령 조합원 가입 등등 온갖 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
언론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전까지 중앙선관위가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적발한 불법 사례는 95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26건을 고발 조처하고 68건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불법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합장 동시 선거가 처음 치러진 2015년에는 전국에서 867건의 불법 사례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금품수수와 관련된 것이 40%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조합장 선거는 이렇게 '돈 선거'가 되었을까. 우선 돈을 주면 표를 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조합원의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은 무자격 조합원의 수가 많아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되든 자신의 이해와 관련이 없어 작은 돈에도 표를 줄 수 있고 또 이런 무자격 조합원을 기존 조합장들이 지지기반으로 갖고 간다는 점이다. 조합선거는 정당 추천이 없는 무소속들의 대결이므로 표의 쏠림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므로 수백명의 무자격 조합원을 지지층으로 은폐해 두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지난해 말 지역언론에서 보도한 바 있는 부산시산림조합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조합의 일부 임원이 편법으로 조합원 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른바 '땅 쪼개기'라는 편법으로 허수 조합원을 늘리고,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조합원을 본인의 조합장 선거에 이용하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땅 쪼개기'란 실제로는 특정인 한 사람이 소유한 땅을 수십 내지 수백명으로 나누어 분할 등기하고, 이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본인을 지지할 조합원 수를 무더기로 늘리는 편법을 말한다. 임야 1평만 가지고 있어도 '산림 소유자'로 인정돼 조합 가입이 가능한 현행 정관의 허점을 악용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산림조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초에 3000여명이던 조합원 수가 2018년 말 4000여명으로 늘어 2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1000여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새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조합장 선거가 '돈 선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허수 조합원 늘리기'와 같은 꼼수 말고도 조합장 선거 자체가 '깜깜이' 선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합장 선거는 '위탁선거법'에 의해 관리되는데 이 법은 선거운동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후보는 유권자를 만날 수 없고 유권자는 후보에 관한 정보를 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불법이므로 모든 걸 은밀하게 해야 한다. 은밀하게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은 결국 돈 밖에 없다.
조합 선거에서 조합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매번 "똑같은 놈"만 나온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있다. 출마자의 경로는 통상 두 갈래이다. 하나는 조합 출신 직원이고 또 하나는 이감사 등 임원 경력의 조합원이다. 이 둘을 제외하곤 거의 후보가 없는데 우선 이감사 선거가 대의원 조합원에 의한 간접선거이다. 소수의 대의원이 하는 투표이다보니 매표비용은 치솟는다. 조합장 선거가 아니라 이감사 선거부터 돈선거라고 한다.
이런 선거법 때문에 전국의 조합장들 중 조합 직원 출신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진다. 이들이 조합원을 가장 많이 안다. 당연히 선거에 유리하다. 이렇게 해서 한번 당선된 조합장은 재선 삼선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한다. 현 조합장이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조합이 변화하는데 선거 만큼 중요한 계기가 또 있을까.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이다. 토론이 가능해야 한다. 활발하게 의사소통이 되고 갑론을박해야 한다. 그런데 다 막아 두었다. 위탁선거법이 꽁꽁 막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는 오늘도 반복된다.
조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기장군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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