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P2P대출 법제화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P2P(개인 간)대출투자업이 이르면 올해 제도 금융권으로 편입된다. 정부는 연내를 목표로 P2P 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제정법이 마련되면 사기, 횡령, 대출 돌려막기 등으로 추락한 P2P시장의 신뢰도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금융회사가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예상돼 안정적인 성장도 가능할 전망이다.

P2P금융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에서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대출자는 제2금융권보다 낮은 중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는 연 10% 내외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수요가 몰렸다. 국내 P2P 누적 대출액은 2016년 말 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P2P금융 운영 구조, 간접형 vs 직접형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1일 개최한 ‘P2P금융 법제화 공청회’에선 P2P금융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P2P업계가 요구해온 사항들도 결국 P2P금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도입 허용 여부 및 범위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서다.

자기자본 투자를 허용해달라는 요구사항이 대표적인 예다. 현행 대부업법을 적용받는 P2P대출 구조에서 P2P업체는 자기자본을 제외한 투자자본 모집을 완료해야 대출을 내보낼 수 있다. 업계는 대출 실행이 늦어져 새로운 기술 금융을 표방하는 P2P의 경쟁력이 기존 금융권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기자본 투자 허용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자기자본을 투입해 대출을 내보내면 대부업이 된다. 현행 대부업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P2P 전문법 제정을 주장해온 업계가 이 부분에선 대부업체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이 자기자본 투자 허용여부를 놓고 “곤혹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P2P금융의 정체성을 따지는 일은 결국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하는 거래 구조를 어떤 모형으로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다.

현재는 P2P업체가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연계대부업자를 100% 자회사로 둬야 영업할 수 있다.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P2P업체가 대출자에게 곧바로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연계대부업자와 대출자가 대출계약을 맺는 식이다. 현 구조에선 P2P업체도 결국 대부업체인 셈이다.

현재 발의된 P2P금융 제정법안은 모두 P2P업체와 대부업법과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차이는 P2P대출 운영구조를 ‘직접대출형’으로 할지 ‘간접대출형’으로 할지다. 직접대출형은 투자자와 대출자의 계약이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으로 P2P업체는 계약중개만 한다.

간접대출형은 업체가 투자자와 계약을 맺은 후 투자금을 모아 대출자와 다시 계약을 맺어 돈을 빌려주는 형태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직접형,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이 간접형,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직간접 혼재형을 제시했다.

P2P금융을 ‘개인 간 거래’가 아닌 ‘다자 간 거래’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개인신용대출 전문 P2P업체 ‘렌딧’의 김성준 대표는 “현재 시장양상을 보면 개인차입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명확히 ‘다자 간 거래’로 해석할 수 있다”며 “P2P 단어가 ‘Peron to Person’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Peer to Peer’의 해석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선 기존의 금융회사도 P2P업체에 투자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옥석 가리기’ 본격화될듯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법제화 방안의 구체 내용을 보면 P2P업체의 옥석이 본격적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현행 P2P대출 가이드라인보다 영업규제를 풀어 성장 발판을 마련해주지만 P2P업체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며 이 시장에 ‘아무나’ 뛰어들지 못하도록 규제해서다.

특히 개인신용대출 상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개인신용대출 투자상품에 한해 대출한도 규제를 대거 완화할 예정이어서다.

송현도 과장은 “P2P금융의 목적 중 하나인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관점에서 보면 (투자)한도 제약을 안받는 수준에서 (제도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개인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업체는 렌딧, 8퍼센트 정도다.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52곳이 취급한 개인신용대출 비중은 4.1%에 불과하다.

비신용대출상품에 대해서도 투자한도가 대폭 완화된다. 당국은 업체당 적용되는 투자한도를 업계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현재 업체당 1000만원(비부동산 대출상품은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데 업계 전체에 대한 한도를 1억원으로 정해 한 업체당 1억원 투자도 가능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총 투자한도는 법률 제정 과정에서 논의해 정하기로 했다.

‘큰 손’의 투자 모집도 허용된다. 당국은 저축은행·캐피탈 등 기존 금융회사의 P2P상품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가이드라인에 관련 설명이 없어 사실상 금지돼있다. 업계는 시장 자율적인 대출상품 감시 기능의 강화, 대출금 조달 속도 제고 등을 앞세워 금융회사 투자 모집 허용을 요구해왔는데 당국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다만 대출 건당 기관투자자 비율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대출상품의 40%까지만 기관투자자 모집을 허용하는 식이다. 송 과장은 “특정 대출건에 대해 기관투자자가 50% 이상 투자하는 건 그 대출을 지배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해당 업체가 특정기관의 대출모집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P2P금융업 진출의 진입장벽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P2P업체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최대 10억원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기존 3억~5억원을 제시한 입법안보다 최대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단순 중개역할에 그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도 자기자본 요건이 5억원인데 투자자와 대출자를 중개하는 P2P업체는 더 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투자자와 대출자에 대한 보호 제도는 그 무엇보다 충실하게 반영돼야 한다”며 “모든 것이 법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P2P업계 스스로의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가 법제화 추진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0호(2019년 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