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5시(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팀의 0-2 완패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유벤투스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로이터
크리스티아누와 유벤투스의 동행이 불행한 만남으로 이어질 위기에 처했다.
유벤투스는 이번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무패를 질주하고 있지만 코파 이탈리아에 이어 가장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조기 탈락 위기에 처했다. 호날두의 챔피언스리그 본능을 기대한 유벤투스였지만 호날두는 여전히 깊은 침묵 속에 빠져있다.
◆20여년 만 UCL 제패 위해 호날두에 베팅한 유벤투스
지난해 7월 유벤투스는 놀랄만한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리오넬 메시와 더불어 현존 최고의 선수인 호날두를 무려 1억1700만유로(한화 약 1493억원)를 들여 품은 것. 영입 당시 만 33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이적료가 다소 지나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그동안 보여준 호날두의 실력과 마케팅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하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특히 유벤투스가 호날두에게 기대한 점은 ‘챔피언스리그 DNA’였다. 2011-2012시즌부터 7시즌 연속 이탈리아 세리에A를 제패했으며 코파 이탈리아 4연패까지 이룬 유벤투스에게 남은 트로피는 1995-1996시즌 이후 들어 올리지 못한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뿐이었다. 2014-2015시즌과 2016-2017시즌 각각 결승에 올랐으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게 무너지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만 5차례나 들어 올린 호날두는 유벤투스에게 있어서 ‘마지막 퍼즐’과도 같았다. ‘별들의 전쟁’ 무대서 총 122골을 터뜨린 호날두는 최다 출전 역대 2위(162경기, 1위는 이케르 카시야스), 최다 어시스트 1위(39개), 최다 득점왕(7회, 6회 연속 진행) 등 숱한 기록을 세운 ‘챔피언스리그의 신’으로 추앙받는 선수다.
특히 매우 치열하고 빡빡한 경기가 벌어지는 토너먼트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선수였다. 축구 통계 매체 ‘스탯존’에 따르면 호날두는 토너먼트 경기에서만 60골을 뽑아냈는데 16강에서만 20골을 넣었으며 8강 23골, 4강 13골, 결승 4골 등 16강을 제외한 모든 라운드서 역대 최다골을 기록할 정도로 큰 무대에 더 강했다.
특히 2016-2017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호날두의 ‘역대급’ 활약이 돋보였다. 호날두는 당시 8강전 바이에른 뮌헨부터 4강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결승전 유벤투스를 상대로 5경기 동안 해트트릭 두번을 포함해 10골을 터뜨리며 팀의 12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결승전에서도 홀로 두 골을 뽑아내며 유벤투스의 전의를 상실케 만들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5회 우승, 121골을 기록한 호날두. 그러나 이번 시즌은 무려 9년 만에 16강 탈락을 경험할 위기에 처했다. /사진=로이터
◆코파 이탈리아·챔피언스리그 연이어 탈락 위기
지난해 8월 레알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활약을 기대하는 유벤투스 팬들 앞에서 첫 선을 보인 호날두는 다소 부진했다. 개막 후 3경기 만에 멀티 골을 터뜨렸으나 이전에 보여줬던 번뜩임과 정교함이 다소 떨어졌다.
그래도 ‘자기관리의 대명사’답게 호날두는 부단한 노력으로 조금씩 폼을 끌어올리며 새해 들어 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일 파르마와의 세리에A 24라운드 경기에서는 특유의 결정력과 헤딩슛을 앞세워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어느덧 호날두는 리그에서 19골 6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팀 내 전체 득점의 37% 지분을 자치한 호날두를 앞세워 유벤투스는 24경기 동안 21승 3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리그 7연패를 달성한 유벤투스에 있어 리그에서의 선전은 크게 와 닿지 않는 결과다.
반면 리그 외에는 호날두의 활약이 전무했다. 유벤투스 소속으로 처음으로 나선 챔피언스리그 경기 발렌시아전에서는 퇴장을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후 11월 맨유와의 조별리그 4차전 경기서 득점한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최약체로 분류되는 스위스 소속 영보이스를 상대로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팀의 충격적인 1-2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코파 이탈리아 무대서 발생했다. 2013-2014시즌 우승 이후 대회 5연패를 노리고 있었던 유벤투스는 지난달 31일 코파 이탈리아 8강 아탈란타전에서 충격적인 조기 탈락을 당했다. 전반전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가 불의의 부상을 당한 유벤투스는 아탈란타의 역습에 연거푸 실점하며 0-3으로 완패했으며 호날두 역시 침묵했다.
호날두가 2015-2016시즌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보였던 기적을 이번에도 일궈낼 수 있을까. /사진=로이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아틀레티코)전 완패는 호날두에게 있어 결정타였다. 최근 챔피언스리그 8경기 동안 1골에 그쳤지만 그동안 호날두가 보여줬던 수많은 득점과 영향력을 지켜본 많은 이들은 이번에도 그가 해결사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호날두가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2016-2017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서 해트트릭을 뽑아내는 등 통산 33경기 22골을 기록한 점도 득점포를 기대할 만한 요소였다.
하지만 아틀레티코의 홈 구장 완다 메트로폴리타노를 찾은 호날두는 다소 무기력했다. 아틀레티코가 자랑하는 숨막히는 두 줄 수비에 막혀 호날두는 물론 유벤투스 선수들 대부분이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호날두는 이날 전반전 동안 상대방의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단 두 차례만 볼터치에 성공할 정도로 압박에 고전했다.
여기에 후반전 들어 더 날카로운 역습을 펼쳤던 아틀레티코는 후반 25분 알바로 모라타의 골이 VAR 판독 끝에 취소를 당했으나 이후 호세 히메네스의 헤딩골과 디에고 고딘의 추가 득점이 연이어 나오면서 유벤투스를 2-0으로 완파했다.
호날두는 이날 경기 내 최다 수치인 패스 성공률 95%, 드리블 성공 7회 등을 기록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빛나지 못했다. 총 7차례 슈팅 중 단 한 차례의 유효 슈팅에 그칠 정도로 해결사의 기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홈에서 열리는 2차전이 남아있는 만큼 유벤투스와 호날두에게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호날두는 2015-2016 볼프스부르크와의 16강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만들어내며 합계 스코어 3-2 기적 같은 역전극을 일궈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아틀레티코의 수비력은 볼프스부르크와는 차원이 다르며 호날두의 현 기량은 분명 이전보다 확연히 내려간 상태이기 때문에 ‘토리노의 기적’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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