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한국경제연구원
차등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미보유 기업들에 비해 성장성이나 수익성, 안정성을 나타내는 경영지표 항목들에서 더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3월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톱 100대기업 중 비금융기업 78개사를 대상으로 차등의결권 보유기업 10개사와 미보유기업 68개사의 지난 10년간 경영성과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특히 차등의결권이 주주권익을 훼손한다는 일부 주장과 달리 차등의결권 보유기업의 주주들은 미보유기업 주주보다 더 많은 배당수익과 주당이익 증가율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들이 모두 글로벌 시총 최상위에 랭크된 상장사들인 만큼 경영진에게 미래 장기투자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지배구조와 헤지펀드들의 무분별한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을 확보한 것이 경영성과를 가른 요인들 중 하나로 평가된다는 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차등의결권 보유기업의 지난해 경영지표들을 살펴봤을 때 10년 전인 2008년보다 성장성, 수익성, 재무안정성 등 대부분의 경영 항목에서 미보유 기업들보다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R&D 투자의 경우 차등의결권 보유기업은 358.4% 증가한 반면 미보유 기업은 92.5% 증가에 그쳤다. 차등의결권 미보유 기업들은 10년 전보다 성장성, 수익성은 소폭 늘었지만 부채비율이 178% 늘면서 재무구조 안정성이 크게 훼손됐다.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들은 배당금 규모와 희석주당이익도 큰 폭으로 늘면서 주주에게 이익을 실현시켰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이 급증하면서 10년 전보다 14.7% 감소했다.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들은 높은 수익과 안정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을 늘리면서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보유 가치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차등의결권이 1주 1의결권 원칙을 훼손하고 대주주나 창업주 일가의 지배권을 보호해 주는 수단이라고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기업들은 경영권과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투자결정을 과감하게 내릴 수 있었고 그 결과는 지난 10년간의 경영성과로 입증됐다는 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경영권 방어 수단들이 상당수 제거됐다”며 “그러나 이제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해외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거세지는 만큼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 도입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