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생명이 8년 만에 연간 흑자달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최대주주 변경 후 곧바로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남다르다.
푸본현대생명의 전신은 녹십자생명으로 2012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됐다. 정태형 현대카드 부회장을 주축으로 혁신적인 시도를 감행했지만 6년 연속 적자에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성적표만 돌아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본확충 과정에서 대만 푸본생명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이 과정에서 자산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성과로 돌아왔다. 푸본현대생명은 종신보험 판매를 억제하는 동시에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 판매 재개를 통해 규모와 내실을 모두 잡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계열 시절 적자만 2800억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6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13억원 흑자를 낸 이후 8년 만이다.
푸본현대생명은 2012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돼 2월 현대라이프생명으로 재출범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인수부터 사업전략까지 진두지휘했으며 상품구성을 단순화한 보장성보험만 출시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선보여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성적표는 참담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단 한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고 누적 적자규모는 무려 2800억원으로 불어났다. 재무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RBC)비율은 아슬아슬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만 푸본생명은 2015년 말 당시 현대라이프생명의 2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48%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경영난은 계속됐고 지난해 6월 말 RBC비율이 147.7%로 금융당국 권고기준(150%)을 밑돌면서 추가 자본확충이 불가피해졌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과 푸본생명 간 이견이 일었다. 결국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푸본생명이 2336억원을 투입하며 1대주주(지분율 62%)로 올라섰다. 현대라이프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커머셜은 603억원을 납입했고 현대모비스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 등의 이유로 불참했다. 증자 후 사명도 푸본현대생명으로 변경됐다.
◆성공적 구조조정… 건전성도 개선돼
2017년에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대규모 희망퇴직 단행, 지점 통폐합, 개인영업 대폭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노조 및 설계사 등과 마찰을 빚었지만 당시 현대라이프생명의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상품전략도 생보사의 핵심인 종신보험 판매를 억제하고 암·성인병보험 판매에 주력했고 설계사에 비해 사업비가 덜 드는 텔레마케팅(TM) 영업을 확대했다.
자산 매각도 단행했다. 여의도 소재 현대카드 본사 1관을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7년 말 2200억원에 육박하던 보유 부동산규모는 지난해 9월 말 83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에는 자산매각을 통한 일회성요인이 500억원가량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희망퇴직 비용, 지점 통폐합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을 모두 회계처리했고 지난해 사업비 절감 효과가 발휘되면서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RBC비율도 290~300% 수준으로 알려져 재무건전성까지 확보했다.
◆과감한 상품·채널 전략 지속
푸본현대생명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라이나생명(TM 중심)과 IBK연금보험(연금 중심)을 롤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TM 채널의 경우 저축성상품이나 암, 어린이보험 등 보험료가 저렴하고 설계가 단순한 보장성상품 위주로 팔린다. 보험료가 비싸고 구성이 복잡한 종신보험 판매는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암·성인병보험 판매에 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종신보험의 경우 부채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가장 긴 상품군에 속해 RBC비율 관리 부담으로 이어진다.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종신보험 판매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암·성인병보험은 매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쇄신 차원에서 과감히 상품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56억원이며 이 중 종신보험 비중은 10.1%에 불과했다. 2017년 9월 말의 경우 전체 보장성보험 대비 종신보험 초회보험료 비중이 83.3%(333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종신보험 판매를 억제한 것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방카슈랑스 채널을 일시 폐쇄했는데 올 3월부터 재개했다. 첫 상품은 맥스저축보험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맞물려 저축성보험이 자취를 감추는 추세지만 푸본현대생명은 5년 만기 단기보험으로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을 모두 잡는다는 취지다.
퇴직연금의 경우 현대차그룹 덕에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시절에는 금융당국의 내부거래 규제 여부가 변수였지만 현재는 계열 분리돼 부담을 덜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푸본현대생명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더해 자산매각 일회성요인 효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RBC비율도 안정적 수준까지 올라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잡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종신보험 등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사업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는 지가 앞으로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4호(2019년 3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