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묘켄의 올레 초입. 한 가정집에 봄꽃이 활짝 피어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묘켄 올레에 핀 봄꽃. /사진=박정웅 기자
세상의 모든 삼나무를 모아놓은 듯하다. 일본 규슈의 가고시마현 기리시마. 삼나무가 빼곡히 기리시마산을 둘러쳤다. 그 수도 수이거니와 덩치도 엄청나다. 하늘을 가릴 정도이니 시원한 그늘에 청량감은 덤이다.
20일 기리시마의 검은 숲을 걸었다. 기리시마·묘켄 올레의 초입은 심산유곡 온천마을인 묘켄이다. 때마침 산촌의 봄이다. 짙푸른 삼나무를 배경으로 알록달록 봄꽃 잔치가 펼쳐진 것. 목련, 동백, 유채, 개나리, 벚꽃(산벚), 진달래…. 봄 시즌, 시기별로 볼 수 있는 곳을 죄다 마주하는 행운을 잡았다. 고산 분지에 이름 모를 들꽃이 지천이었다.

◆기리시마·묘켄 올레


기리시마-묘켄 올레길에 들어선 외국인 탐방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규슈의 가고시마현에는 제주올레와 협약을 맺어 탄생한 올레가 3개 있다. 이부스키·카이몬, 이즈미, 기리시마·묘켄 코스다. 기리시마·묘켄 코스는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기리시마산의 속살을 파고든 길이다. 또 일본 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사카모토 료마(1836~1867)가 그의 부인 오료와 신혼여행을 왔던 곳으로 유명하다.
규슈관광청에 따르면 료마는 이곳을 걸으면서 스스로 ‘허니문’이라는 영어단어로 언급했다고 한다. 삼나무가 빼곡한 기리시마산은 일본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코스의 시작점인 묘켄 온천은 깊은 골짜기 사이에 자리잡은 유명한 온천지대이다. 아모리강 현수교에서 길은 시작된다.

기리시마-묘켄 올레의 삼나무숲. /사진=박정웅 기자
삼나무숲이 코스의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코스의 종점은 료마공원이다. 료마공원에는 두 사람의 기념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 또 걷기여행객의 피로를 풀 족욕장과 온천이 있다. 족욕장 이용은 무료다.
기리시마를 걸음하면 제주의 올레길을 만난 것처럼 낯익을 풍경을 만난다. 같은 이정표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지역 농산물 무인판매소 또한 그렇다. 작은 오두막 형태의 판매소는 한 봉지에 100엔(약 1000원) 정도의 특산물을 내놓는다. 제주 올레길 일부에서도 1000원짜리 한 장이면 갈증과 배고픔을 해소할 수 있는 귤을 판매한다. 일종의 공정경제 차원이다.

료마공원의 사카모토 료마와 그의 부인 오료 조형물. /사진=박정웅 기자

☞기리시마·묘켄 코스
묘켄온천가-와케유(1.0㎞)-이누카이노타키폭포(2.0㎞)-산길·강길(5.0㎞)-와케신사(7.0㎞)-료마의 산책길(산길)-시오히타시온천 료마공원(11㎞)
◆묘켄온천거리


아모리강과 묘켄 온천시설. /사진=박정웅 기자
묘켄은 온천거리로 유명하다. 옛부터 일본식 전통 료간과 탕치(湯治·온천으로 치료하는 온천요법) 숙박시설이 많이 있던 곳이다. 온천가를 흐르는 아모리강(天降川)의 계곡 풍광은 빼어나다. 삼나무 등 빼곡한 산림으로 둘러싸여 있어 청량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현수교인 천강교, 소박한 찻집 등 망중한을 즐길 데가 많다. 인근에는 일본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석조 발전소가 있다.
◆기리시마신궁

기리시마신궁. /사진=박정웅 기자
기리시마에는 규슈지역에서 규모가 큰 신사가 있다. 6세기에 창건된 기리시마신궁은 일본 건국 신화와 관련이 있는 신사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인 니니기노 미코토를 숭배하는 신궁이다. 창건 당시의 신궁은 기리시마 대분화로 소실됐다. 현재의 건물은 1715년 21대 사쯔마 영주인 시마즈 요시타카가 재건한 것이다. 경내 오른편엔 수령 800여년의 삼나무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본전 옆 벚나무는 일왕 쇼와가 참배하면서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리시마는 접근성이 좋다. 가고시마 국제공항이 지척으로, 한국에서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기리시마는 1934년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삼나무를 비롯한 웅장한 산림 덕택이다. 화산지형도 빼놓을 수 없다. 화산군은 20여개로, 온천지대가 폭넓게 분포한다. 전통적인 가정식 여관, 현대적인 스파시설 등 기리시마는 일본에서 손꼽는 온천 여행지다. 지역 특산물로는 흑돼지, 고구마소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