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잇단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KT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를 시작으로 국회의원과 지인 등 인맥을 통한 비리 의혹까지 불거지며 사면초가에 놓였다. ‘성공플랜’을 앞세워 내년 정기주주총회까지 무사히 임기를 마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황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권력형 비리와 노조선거 부정개입 등의 정황이 표면적인 이유로 거론됐지만 그 이면에는 박근혜 정권이 있다.
2014년 박근혜 정권 당시 취임한 황 회장은 2017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곤혹을 치렀다. KT가 2년간 미르와 K스포츠에 18억원을 출연했고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차은택 인사 2명을 임원으로 임명했다는 이유에서다. 황 회장이 모든 사안을 지휘하지는 않았지만 최고경영자(CEO)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진 못했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뉴스1 임세영 기자
◆거세진 책임론, 리스크로
국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 회장은 특검 등 검찰조사 결과 대가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주장의 요지는 ‘대가성과 압력 유무를 떠나 황 회장이 국정농단 세력에 순응했고 KT라는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는 대목이다. 이후 ‘CEO 리스크’라는 꼬리표가 황 회장을 나타내는 수식어처럼 따라다녔다.
지난해 1월 KT 광화문 본사 압수수색으로 불거진 ‘국회의원 불법후원’ 정황도 황 회장을 괴롭혔다. KT가 계열사를 통해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소위 ‘상품권깡’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해 국회의원을 후원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같은해 6월 경찰은 이례적으로 황 회장과 KT 임원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불구속 수사로 전환해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인회 KT 비서실장을 경영기획부문장 겸 사장으로 임명한 것 역시 구설에 올랐다. 김 사장은 황 회장과 같은 삼성 출신으로 내부에서는 '황창규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다. 일각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 사장을 승진시킨 것은 황 회장이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한편 차기 회장 내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어 지난해 11월24일 KT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는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쏟아부은 꼴이 됐됐다. 서울 5개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지역을 합해 약 156만명이 11일간 통신장애를 겪었다. 시민단체에 이어 소상공인연합회가 추가보상과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여론이 악화됐다.
올해도 뇌관은 이곳저곳에서 폭발했다. 지난 1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을 부정채용했다는 혐의가 발견되면서 황 회장의 입지는 또 한번 흔들렸다.
검찰은 2012년 당시 신입사원 공채에서 김 의원의 딸 등 지원자 5명을 부정합격시켰다는 혐의로 KT 인재경영실장을 지낸 김상효 전 전무를 지난 1일 구속기소했다. 채용비리 게이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인 자녀와 지인으로 확대됐다. 황 회장의 전임 CEO 시절에 벌어진 비리였지만 본인이 연루된 사안이 화두로 떠올라 책임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5G·유료방송 M&A 어쩌나
폭풍우가 들이닥치며 황 회장을 옥죄었지만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KT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당연히 주총 현장은 고성이 오갈 만큼 험악하게 변했고 위태롭게 흘러갔다.
KT는 주총을 통해 전년 대비 10% 오른 주당 1100원의 배당을 확정했다. 그러나 바닥 수준인 KT 주가 부양책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날 2만7550원에서 출발한 KT 주가는 전일대비 400원 하락한 2만7400원을 형성해 지난해 4월 역대 최저수준(2만6000원대)에 근접했다. 주말을 보내고 다음 거래일인 지난 1일 종가기준 KT 주가는 2만7300원으로 더 떨어졌다.
황 회장은 주총에서 “5G시대 압도적인 1등을 달성해 '글로벌 KT'를 만들고 주가도 끌어올려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황 회장과 KT의 돌파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황 회장이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운다고 가정하면 5G서비스 대중화와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이 가장 큰 과제다. 이미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인 KT는 관련기술 인프라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게임, 미디어 등 3대 분야에 선보일 서비스를 구축했다.
‘수퍼플랜’ 3종과 매달 8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월 5만5000원대 ‘5G 슬림’ 등 요금제도 정비하며 시장확대에 나섰다. 유료방송 M&A의 경우 장기간 준비했지만 국회의 합산규제 부활 논의가 미뤄지며 현재 답보상태다.
전문가들은 황 회장이 5G와 미디어사업을 통해 KT의 체질개선을 주도한 만큼 중도 퇴진 시 관련 인프라 구축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잘못한 부분은 검찰조사 등을 통해 명백히 가려야 한다”면서도 “5G를 보급하고 유료방송시장을 재편하는 시기에 황 회장이 퇴진하면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자칫 지난 정권에 대한 보복성 인사로 비쳐지면 정권에 따라 수장이 갈린다는 기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필
▲1953년생 ▲부산 출생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전기공학과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이사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장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한국공학한림원 이사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 ▲KT 대표이사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87호(2019년 4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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