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의 시선이 정부의 전기료 체계 개편으로 향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전기료 개편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최근 감사원이 정부의 현행 전기료 체계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했기 때문.
특히 전기료 개편의 시발점이 된 주택용 누진제 외에도 산업용 전기료 또한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논의 방향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감사원, 전기료 체계 개선권고
감사원은 최근 ‘전기요금제도 운영실태 결과보고서’에서 2016년 말 산업부가 누진제를 개편할 당시 1단계 구간 결정에 필요한 필수사용량 산정기준을 잘못 적용했다며 합리적인 주택용 누진제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한 현행 산업용 전기료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여름철 기준 하루를 경부하(23:00~09:00), 중간부하(09:00~10:00, 12:00~13:00, 17:00~23:00), 최대부하(10:00~12:00, 13:00~17:00) 시간대로 나눠 각기 다른 요금을 적용하는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로 운영된다. 최대부하 시간대의 전력수요를 경부하 시간대로 이전함으로써 기저발전기의 이용률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심야시간에 공장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면서 경부하 시간대 전력수요가 꾸준히 증가, 기저설비 공급능력을 초과한 상황이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등 고비용 발전기까지 투입됨으로써 최대부하와 경부하의 계통한계가격 차이가 거의 없게 돼 산업용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개선해야한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산업용 전기료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이면 징벌적 수준의 주택용 누진제와 상대적으로 값싼 산업용 전기료가 비교선상에 오르며 불균형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다.
앞서 우리나라는 1973년에 제1차 오일쇼크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1970~1973년까지 주택용 전력사용량의 연평균 증가율이 26.4%로 일반용(16.7%)과 산업용(17.7%) 등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자 주택용 전력사용량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누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 전기사용량에서 주택용의 비중은 줄어든 반면 산업용 사용량은 늘고 있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전력판매량 50만7745GWh 가운데 주택용 비중은 6만8544GWh로 13.5%인 반면 산업용은 28만5970GWh로 56.3%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 대부분이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의 비중이 거의 비슷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유독 산업용 전력 소비량 비중이 높다. 주택용 누진제와 함께 산업용 전기료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부하 요금 오르나… 산업계 불안↑
문제는 산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산업계는 산업용 전기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업용은 다른 용도에 비해 고압으로 전력을 받아 송배전 비용이 낮은데다가 전력 사용 패턴이 일정해 예비 전력을 위한 추가 설비가 불필요하다는 것.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료는 2000년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2000년 기준 전기요금 인상률은 평균 49.5%이며 주택용은 13.5%, 일반용은 23%인 반면 산업용은 84%나 올랐다.
무엇보다 산업용 전기는 국가 기간산업의 생산 필수 요소로 전기료를 올릴 경우 설비투자 위축, 생산 감소를 야기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을 10% 인상할 경우 국내 총생산은 주택용 전기요금을 올릴 때의 5.6배인 0.089% 감소하며 이 충격이 12분기(3년)가량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전경련은 심야 경부하 요금 혜택 축소 시 주간 최대부하 증가로 발전소·송배전 설비 추가 건설 및 높은 예비율 유지를 위한 운영비용 증가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왔고 지난해 한전이 산업용 심야시간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자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업계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주택용 누진제를 비롯한 전기료의 전반적인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됨에 따라 산업용 전기료 조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경부하 요금을 올릴 경우 다른 시간대의 요금을 줄여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경부하 시간대의 요금수준은 최소 15~30% 인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이 다른 계약종에 비해 높다는 사실을 감안해 경부하 시간대의 요금인상과 동시에 최대부하 혹은 중간부하 시간대의 요금인하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시간대별 요금 수준의 조정과 함께 계절별 시간대별의 구분 기준도 최근의 계통부하 패턴의 변화를 반영해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0호(2019년 4월30일~5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