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기세가 심상찮다. 연이어 미국의 주장을 반박하는가 하면 한국기자단을 초대해 결백함을 호소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장비도입 금지 해제를 요구하고 헌법위반 소송도 제기했다.

그간 화웨이는 미국정부가 “화웨이 장비는 중국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할 때마다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근거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미국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특별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화웨이의 장비에 스파이칩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정설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궈 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미국 의회는 화웨이 제품의 사용제한 근거를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해당 제한 조치는 위헌이며 공정경쟁에서 화웨이를 배제해 미국 소비자들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사진=로이터




◆미국의 선제공격
미국은 2012년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화웨이의 국가안보 위협 관련 보고서가 나온 후 화웨이, 중싱통신(ZTE) 등 중화권 이동통신 장비업체들의 장비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월 ZTE의 제품 수출입을 중단하면서 중화권기업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정부는 2017년 제정된 중국의 국가정보법에 따라 중국기업은 정부당국의 정보활동에 협력해야 한다며 이를 근거로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사업에서 화웨이의 제품을 배제하라고 동맹국에 요구 중이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는 미국이 우세했다. 캐나다, 일본 등 태평양 연안 국가를 중심으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화웨이에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말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에서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영국과 뉴질랜드, 독일까지 화웨이의 장비를 완전히 퇴출하는 조치는 불필요하다며 미국에 반기를 들었다. 중국의 기술을 견제하며 중국기업 공격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유럽이 미국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

반(反) 화웨이 진영에 본격적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영국에서다. 영국은 현지시간으로 2월19일 “화웨이의 완전한 퇴출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도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정부도 “특정 5G 장비 제조업체를 직접 배제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특정업체를 배제할 계획도 없다”고 동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기존의 최첨단 기술을 차단하지 않고 경쟁을 통해 승리할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화웨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CNBC,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화웨이의 장비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입을 모았다.


화웨이. /사진=로이터


◆태세전환 역공 나선 화웨이
이 기회를 틈타 화웨이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지난 3월7일 미국 텍사스연방지법에 소송을 제기하고 “화웨이 제품의 사용금지를 규정한 미국국방수권법(NDAA) 제889조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이 소송에서 승산하지 않더라도 미국정부의 정치갈등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17일에는 한국기자단을 중국 광둥성 선전시 화웨이캠퍼스로 초대해 적극적인 변론을 펼쳤다. 궈 핑 회장은 이 자리에서 “화웨이 통신장비는 이미 17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백도어를 설치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 장비는 미국, 영국, 핀란드 등의 보안 컨설팅 업체의 정당한 평가를 받았고 30년 기업 역사상 단 한건의 백도어 사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와 중국인민해방군의 관계에 관해서도 해명했다. 궈 핑 회장은 “런정페이 창업자는 인민해방군 복무 당시 통신·정보업무가 아닌 군사 숙소 건축을 담당했다”며 “설립자의 배경보다 기업이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가 매년 1만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하고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며 경제발전에 힘쓰는 일반 기업일 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정부와의 유착은 당연히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4월22일에는 이례적으로 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미국의 견제에도 자신들의 건재함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화웨이는 “2019년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39% 증가한 268억달러(약 30조5620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간 화웨이는 주식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분기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5G 관련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을 공개했다. 화웨이 측은 “올해 전세계 국가들이 5G를 대규모로 구축할 예정이기 때문에 캐리어 비즈니스 사업은 전례 없는 성장의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분기 실적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미국의 압력에도 화웨이의 5G사업이 순항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런정페이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화웨이가 홍보효과를 얻었다고 언급한 것만 봐도 화웨이의 자신감이 극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말과 180도 달라진 흐름이다. 미국은 화웨이의 역습에 대응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양상이다. ‘독수리’ 미국과 ‘늑대’ 화웨이의 승부가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0호(2019년 4월30일~5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