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DB

# 서울 은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 추석에 매장 문을 닫기로 했다. 고향에 가야해 근무가 어려운 데다 아르바이트생도 구하지 못한 탓이다. A씨는 “주택가 상권이라 명절에도 매출이 줄진 않는다. 그렇다고 과거만큼 명절 특수를 누리지도 못한다”며 “차라리 1년에 하루라도 가족과 쉬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의 1년 365일, 24시간 영업은 이제 옛말이 됐다. 과거에는 지하철 역사 내 매장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편의점은 대부분 24시간 내내 영업을 했다. 편의점 가맹점주가 특정일에 문을 닫으려면 본사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불이익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사회적 분위기 변화 등으로 편의점 영업 기조가 변하는 모양새다.

◆편의점도 추석엔 쉽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올 추석부터 업계 최초로 ‘명절 휴무 자율화 제도’를 실시한다. 가맹점주가 스스로 상권·입지 등 본인의 매장 상황을 고려해 명절 당일 휴무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 20일까지 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 점포의 10% 수준인 1300여개 점포가 이번 추석 휴무를 신청했다.

이마트24에서는 올 추석 휴무를 택하는 점포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24는 영업일수와 휴무를 점주 자율에 맡기고 있다. 덕분에 명절에 문을 닫는 점포 비중이 경쟁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해 설에는 전체 점포 가운데 24% 정도가 문을 닫았지만 같은 해 추석에는 32%, 올해 설에는 37%로 증가했다.

GS25도 올 추석 당일에 1000여개 점포가 문을 닫는다. 전체 점포 중 8% 가량이 휴무인 셈이다. 올해 설과 비교하면 쉬는 점포가 30~40% 늘었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도 현재 명절 휴무를 원하는 가맹점주들을 위해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편의점은 명절에도 24시간 영업을 이어왔다. 점주는 본사와 최초 계약 당시 선택한 영업시간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본사와 협의 후 영업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명절 휴무는 사실상 쉽지 않았다. 휴무 가맹점에 전기료 등 지원금을 중단하거나 재계약 시 가맹 수수료를 올리는 등 불이익이 돌아갔다.


하지만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 가맹점주의 권익 강화를 위한 ‘개정 표준가맹계약서’를 발표하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는 명절 당일과 경조사 때 가맹점주가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하면 가맹본부가 허용하도록 했다. 이 내용을 적극 반영한 것이 CU의 명절 휴무 자율화 제도다. 편의점업계 1위인 CU가 변화를 보인 만큼 앞으로 명절에 문을 닫는 편의점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24시 편의점 사라진다 

지난 24일 새벽 서울의 한 편의점 문이 잠겨 있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명절뿐만이 아니다. ‘편의점=24시간’이라는 공식도 깨졌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명절 영업 단축을 허용하면서 심야영업시간 단축도 손을 봤다. 이전까지 심야영업시간대를 오전 1~6시로 보고 이 시간 내에서 6개월간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심야영업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1월부터 대상 시간대가 오전 0~6시로 늘어났고 영업손실기간 요건은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이를 위반하면 편의점 본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매긴다.

이에 따라 문 닫힌 편의점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CU 전체 매장 중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곳 비율은 2017년 16%에서 지난해 17%, 올해 1분기 20%까지 올랐다. 세븐일레븐에서도 24시간 미점포 비율은 같은 기간 17%, 17.7%에서 올해 1분기 18.1%까지 증가했다.

점주 자율성이 높은 이마트24의 경우 야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더 많다. 24시간 미운영점 비율은 2017년 68.2%에서 지난해 77.1%, 올해 1분기 78.4%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신규 매장 1313개 중 24시간 영업을 선택한 점포는 132개로 10%에 그쳤다.
편의점이 24시간 영업 기조를 바꾼 건 인건비의 영향이 크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오르고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가맹점주는 인건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오후 6시 퇴근 시간 이후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오피스 상권 점포는 심야시간 매출 타격이 컸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도 한 몫을 했다. 휴식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근로자를 넘어 개인사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2월 서울 소재 편의점주 9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9%가 “명절 당일 자율영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편 해당 조사 결과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편의점주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65.7시간이었고 근무 중 평균 식사시간은 15.6분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장시간 근무로 인해 1개 이상의 건강이상 증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