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세금 및 대출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서울과 인기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부동산 칼럼니스트로 이름이 알려진 아기곰(필명)은 28일 재테크전문 경제주간지 <머니S>가 주최한 ‘제14회 머니톡콘서트’에서 “부동산 규제와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기지역으로 투자자금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기곰은 이런 ‘돈의 이동’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기곰이 KB부동산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올해까지 약 5년 동안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7% 줄어든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36% 증가했다.

현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은 20.4% 상승했다. 집값 상승률 상위 10개 지역을 보면 분당‧영등포‧양천‧마포‧송파‧동작‧성동‧강남‧광진‧용산‧강동‧서대문 순이다.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가 다 서울이며 규제가 집중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다. 상위 30개 지역으로 확대해봐도 27개 지역은 규제지역, 3개만 비규제지역이다. 대전 유성구, 광주 서구, 경기 부천시다.

아기곰은 “규제지역의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정부정책의 의도였는데 비슷하게 간 것도 아니고 정반대로 갔다”며 “부동산정책에 점수를 매기면 40점”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8‧2부동산대책은 세제와 금융뿐 아니라 청약, 재개발‧재건축 관련규제를 강화했지만 집값 안정은커녕 시장의 매물을 없애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이후 1년 만인 지난해 정부는 다시 9‧13대책을 내놓았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됐을 뿐 서울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아기곰의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것은 맞지만 지역별·가격별 양극화가 심화돼 서울 집값을 더 올렸다. 지난 정부 때는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상승률 격차가 7.1%포인트였는데 이번 정부 들어서 16.7%포인트로 확대됐다.
10월28일 머니S 주최로 열린 '제14회 머니톡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아기곰은 양극화‧차별화의 원인에 대해 “돈이 지방 부동산에서 서울 부동산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의 주택 1억원짜리 10채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난 상황에 지난해 4월 이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돼 그전에 이를 팔아 생긴 현금 10억원은 다시 오를 확률이 높은 서울 부동산으로 투자됐다.

아기곰은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느냐의 문제인데 부동산 판 돈을 스테이크 사먹거나 비트코인에 투자할 확률은 낮다”며 “부동산투자자는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이어서 지방 집을 팔고 서울 집을, 싼 집을 팔고 비싼 집을 샀다”고 말했다.

실제 8‧2대책 이후 지금까지 고가아파트 상승률은 22.8%, 즉 한채당 1억3117만원이 상승한 반면 기타 지방은 7.2% 하락했다. 기타 지방은 5대광역시와 지방 주요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이다. 5대광역시의 경우 같은 기간 아파트값이 0.3% 상승했다. 수도권은 7.9%, 서울은 17.2% 급상승해 결국 지방 소도시만 집값이 하락한 꼴이 됐다.

8‧2대책 이후 서울‧대전‧광주‧대구‧전남 등은 집값이 상승세인 반면 경남‧울산‧충북‧경북‧충남‧강원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2년3개월 새 상승‧하락 지역의 집값이 10%대로 오르거나 떨어졌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에도 상승지역 리스트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집값 상승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로 인기가 높아진 소형주택 선호현상마저 9‧13대책 이후 대형주택 강세로 바뀌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라는 게 아기곰의 분석이다. 정부의 수도권 3기신도시 개발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아기곰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이라 시장에 부족한 건 양적공급이 아닌 질적공급”이라며 “실수요자가 원하는 곳이 아닌 경기도에 주택을 공급해도 살고싶은 집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양주‧인천‧파주 등은 전통적으로 아파트값이 잘 오르지 않아 미분양이 많은데 또 주택을 공급해도 공급과잉만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반대로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규제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고 도시형생활주택 등 빌라 개발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 준공주택 중 아파트 비중을 보면 2005~2011년 75%에서 2012~2018년 45%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비중은 58.8%에서 58.0%로 감소했다.
아기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파트가 줄어든 도시가 서울인데 주거의 질이 점점 나빠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종부세 부과 이후 내년에는 양극화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년에 종부세 500만원을 내다가 갑자기 1000만원을 내는 사례를 가정하면 월급으로 감당할 수 없는데도 집값이 꼬박꼬박 오르던 지역일 경우 세금을 무리해서 부담하는 쪽을 선택한다. 하지만 종부세 100만원 내던 동네에서 200만원이 나오면 가격이 내리는 집을 굳이 보유하지 않고 결국 팔게 돼 지방 부동산을 하락시킨다.

최근 부동산을 둘러싼 이슈가 혼재돼 투자자들은 투자전략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인하에 따른 대체투자처 부재로 3기신도시 토지보상금 40조원과 시중 부동자금 1170조원이 부동산에 흘러갈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 등 해외경제 리스크가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올해 2.2% 수준이나 현상황은 2%가 안될 가능성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아기곰은 “경기하강 때는 부동산도 하락할 수밖에 없지만 주식시장과 지방 부동산 위험성이 더 큰 만큼 서울‧분당‧광명‧과천 등은 계속 오르고 비규제지역인 경기 부천‧산본‧의왕, 대전‧대구‧광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거나 규제지역에 법인을 설립해 규제를 피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